'홀로 부양 불만' 술 취해 부친 살해…"형제자매 선처 탄원" 감형

기사내용 요약
부양 부담에 불만 쌓이자 술 먹고 폭행
심신미약 주장했지만…법원 모두 배척
2심 "우발적 살해…확정적 고의 아냐"
징역 17년 → 징역 15년으로 형량 줄어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만취 상태로 고령의 부친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다만 일부 사정이 참작돼 감형됐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1-2부(부장판사 김영훈·김재령·송혜정)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56)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5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귀가해 특별한 이유 없이 아버지 B(당시 85세)씨에게 심한 폭력을 휘두르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약 30년간 생활해 왔고, 형제의 도움 없이 자신이 홀로 B씨를 부양하는 것에 부담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건 무렵 B씨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자 B씨에게 통원 치료를 권유했지만 B씨가 말을 듣지 않자 불만이 쌓이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A씨에게 누적된 불만이 한순간에 터지며 폭력을 저질렀고 급기야 B씨를 살해한 것으로 봤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부친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심신미약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고령인 B씨가 과거 수술 병력으로 인해 정기 진료와 약물 처방을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를 감안할 때 수십 년간 함께 산 피고인의 폭력에 따른 사망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들 손에 의해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반인륜성,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하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피고인은 술에 취해 사소한 자극에도 폭력적인 성향이 발현되는 습성 탓에 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존속살해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부친과의 관계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만취 상태에서 부친의 병원 문제로 다투던 중 자제력을 잃고 우발적으로 살해를 저질렀다"며 "확정적 고의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 이르러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고, 범행 후 술에서 깨어난 다음 지인에게 알리고 자수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갔다"며 "형제자매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사유를 전했다.

한편 검찰은 A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기각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검사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이 타당하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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