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외모 원해”…마약류 식욕억제제 ‘나비약’ 불법 거래하는 10·20대
전문가 상담 없이 복용…섭식장애·불면증 등 각종 부작용 겪어
김모(14)양은 2021년 2월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불법으로 구입한 ‘디에타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디에타민은 식욕을 억제하는 펜터민 성분이 함유된 약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2020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체중 감량이 뜻대로 되지 않자 마약류인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찾게 된 것이다. 디에타민은 알약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 10·20대들 사이에서는 ‘나비약’으로 불린다.
김양은 디에타민을 복용한 지 한 달 만에 불면증과 부정맥 등 부작용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밥을 아예 먹지 않게 돼 키 152㎝에 체중은 29㎏까지 줄었다. 결국 김양은 정신과 병동에 반 강제적으로 입원해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양이 불법을 감수하면서도 디에타민을 먹은 이유는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었다. 김양은 “식욕억제제를 먹으면 단기간에 살을 뺄 수 있다고 해서 복용했다”며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예뻐지고 싶었고 인기가 많아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처방이 불가한 디에타민을 구입한 방법에 대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10·20대들이 식욕억제제를 찾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다. 다이어트로는 단기간 내 살을 빼지 못하자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체중 감량에 효과가 좋다는 약을 구해 복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전문가 상담 없이 약을 복용한 탓에 섭식장애·불면증·부정맥 등 각종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12일 SNS를 통해 디에타민과 관련된 은어를 조합해 검색하자 ‘디에타민 5~10정 급구’ ‘나비약 직거래 선호’ ‘1정에 1만원 거래’ 등 디에타민을 사고 팔겠다는 게시글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2주 뒤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모든 개인정보를 줄테니 연락을 달라”고 할 정도였다. 기자가 직접 구매 의사를 밝히자 1시간 만에 약을 팔겠다는 답장을 받을 정도였다.
디에타민은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처방될 수 없고, 성인이라도 의사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다. 처방을 받았더라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빠른 체중 감량을 원하는 10·20대들은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약을 구한 뒤 부정확한 정보에 따라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의과 교수는 “식욕억제제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며어 “전문가가 권장하는 복용법을 무시한 경우 기분장애, 우울증,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중을 감량하고 싶었던 이모(28)씨도 전문가 상담 없이 6개월 넘게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 여러 부작용을 겪고 있다. 그는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 지난 10년간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는 ‘먹토’를 하는 등 섭식장애를 앓아왔다. 여기다 식욕억제제까지 복용하면서 또 다른 부작용까지 생긴 것이다.
이씨는 먹고 토하는 습관이 생긴 이유에 대해 “술 마신 다음 날 토했는데, 살이 빠져 있었다”며 “살이 빠지니 사람들이 예뻐졌다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욕억제제를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는데, 갑자기 복용을 중단하니 우울 증세가 생겨 항우울증 약을 추가로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법으로 식욕억제제를 구입해 복용할 정도로 외모나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된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섭식장애 전문클리닉 상담사 A씨는 “외모에 병적으로 집착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며 “날씬함을 강조하는 미디어에 노출된 어린 청소년의 경우 약을 남용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섭식장애는 조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완치율이 높아지는데 체중 증가가 두려워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체중이 기준표보다 심각하게 낮거나 자해가 동반되는 경우 폐쇄 병동에 입원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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