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30엑스포]⑤ 국격 높일 기회… 미래 세대에도 귀한 경험
세계박람회(World Expo·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힌다. 한국은 2030년에 열리는 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는 국가적인 과제다. 일본의 오사카와 중국 상하이는 엑스포를 거쳐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 엑스포 개최의 의미와 도전 과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2021년 7월 2일,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무역개발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의 지위를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변경했다. 대한민국은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개발도상국 그룹에 속해 왔으나, 57년 만에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유일한 국가가 됐다.
이같은 선진국 진출 배경에는 세계 10위권에 달하는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P4G 정상회의 개최, G7 정상회의 참석 등 대한민국의 위상이 국제무대에서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단과 전쟁으로 황폐해져 주변국들로부터 원조받던 한국이 이제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2030년 등록 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인 부산은 1876년 개항 이래 일제강점기 수탈의 전초 기지였으며, 1950년 한국전쟁 시기 대한민국의 임시 수도 역할을 한 곳이다. 해방 이후에는 가공 무역의 중심지로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 도시로 평화와 희망, 자유와 번영이라는 이념을 전파하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엑스포 개최, 국제 사회 위상 높인다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리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등록 엑스포는 다른 국제 행사와 달리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의 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회원국들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한다.
회원국 소속 기업은 엑스포가 열리는 국가에서 자사의 기술을 홍보하거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개최국의 경제 수준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 엑스포가 개최된 국가 중 선진국 비율이 90% 이상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등록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개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입증하는 셈이다.
엑스포를 통한 국가 브랜드 상승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부산은 6개월의 행사 기간에 매주 국가별 주간을 마련해 해당 국가의 정상과 총리, 경제사절단이 방한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이는 각국 관계자들이 국내 기업과 접촉하며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공간이 열리는 것으로, 돈으로 환산이 어려운 부가 가치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진행된 두바이 엑스포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우호적인 대외 상황에서도 192개국에서 250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 엑스포는 두 배가 넘는 약 5050만명이 부산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엑스포는 세계 국가가 ‘탄소 중립’이라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을 예정으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탄소 관련 의제에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부산 엑스포의 부제는 ‘자연과의 지속 가능한 삶’으로,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위기를 함께 모여 풀어 나가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이어가자는 의미가 담겼다.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직접 다루는 만큼, 역대 엑스포 중 최대 규모인 343만㎡(약 104만평)의 박람회장도 각종 친환경 요소로 꾸려질 예정이다. 박람회장 건물은 친환경 기술을 활용해 지어지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을 운송할 때도 수소차와 전기차가 쓰인다. 또 친환경 수소 노면전차(트램)가 도심과 박람회장이 위치한 부산항 북항 사이를 오고 간다.
최태원 부산 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SK그룹 회장)은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국제세미나’에서 “탄소중립은 인류 공동의 문제로 협력 없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부산 엑스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의 엑스포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플랫폼”이라며 “하드웨어를 멋지게 짓고 6개월 후에 다 부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엑스포의 꿈”이라고 말했다.
◇ 韓 첨단 기술 한 곳에… ‘한류’로 다시 세계 휩쓴다
부산 엑스포는 기술 강국인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개항축제에서 행사장 내 주요 거리와 공식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제품 광고에도 부산 엑스포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삼성전자는 영상을 통해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삼성 기기간 연결성을 보여주면서도 박람회 개최지로서의 부산의 강점을 강조했다.
LG전자 역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 부산 김해국제공항 입구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옥외 전광판에 부산 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을 틀고 있다. 지난 4월 BIE 실사단 방한에 맞춰 LG그룹은 홍보관 ‘LG미래바꿈센터’에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부산 엑스포 체험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BIE 실사단 방한에 맞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중앙홀에 박람회장과 부산 주요 교통 거점을 연결할 UAM(도심형항공모빌리티) 체험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앞서 지난 2월 부산 엑스포 유치위는 SKT,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 등과 UAM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유치위는 부산 엑스포에서 UAM을 교통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문화산업의 성장 또한 기대된다. 부산 엑스포유치위원회는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을 이끄는 국내 아티스트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유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엑스포 제1호 홍보 대사는 ‘오징어게임’으로 미국에서 에미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가 위촉됐다. 제2호 홍보 대사는 한국 최초 가상인간 겸 인플루언서 로지, 제3호 홍보 대사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4호 홍보 대사는 성악가 조수미가 위촉됐다. 제5호 홍보대사는 최근 해외에서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더핑크퐁컴퍼니㈜의 ‘아기상어’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최근 ‘2030부산세계박람회 대한항공 특별기 공개행사’를 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모습을 래핑한 항공기를 공개했다. 이 항공기는 이달 4일부터 국제선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특별기 공개행사장에서 “특별기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K-콘텐츠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한눈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지구촌 이웃들에게 우리의 뜨거운 엑스포 유치 열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수백만 ‘엑스포 키즈’ 생긴다… “미래 세대에 좋은 경험”
지난 1993년 대전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는 수많은 ‘엑스포 키즈’를 만들었다. 전국 초·중·고교가 앞다퉈 전세버스를 빌려가면서 엑스포 현장을 찾았고, 수많은 청소년들이 박람회를 보며 꿈과 희망을 키웠다. 엑스포는 현존하는 인류가 가진 고민,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최첨단의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로 이를 보고 자란 세대의 교육과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세계박람회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가 한 곳에 모이는 특별한 기회다. 미래의 청년 세대가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경험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함양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산시는 엑스포가 열릴 2030년에 청소년이 돼 엑스포 현장을 찾을 어린이들을 겨냥한 홍보에 나섰다. 부산시는 이달 1일부터 오는 11월까지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엑스포 해양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 단위 시민들이 부산 엑스포의 주제와 부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엑스포를 통한 기후변화 저지(Stop Climate Change with EXPO)’라는 콘셉트로 수족관을 꾸몄다.
부산문화회관과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는 올해 3~4월 부산지역 6개 초등학교를 방문해 14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엑스포의 의미와 지난 개최국에서 전시된 여러 발명품을 설명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는 2030년에 리더로 성장할 미래세대들에게 안겨줄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지역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문화·사회 전반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절호의 기회로, 반드시 유치해 미래세대가 새롭게 도약하는 부산에서 기회를 찾고 미래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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