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서울~부산 114번 왕복 신비로운 철새에 대한 찬사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며 인간은 자유를 떠올리지만, 매년 지구를 가로질러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에게 비행은 목숨을 건 모험이다.
미국의 저명한 자연사 작가이자 현장 연구원인 스콧 와이덴솔이 최신 철새 연구와 생생한 현장 탐사담을 엮어 쓴 '날개 위의 세계(A World on the Wing)'가 번역 출간됐다. 작은 몸으로 매년 수만 ㎞를 날아 이동하는 철새는 그 자체로 신비로운 연구 대상이다. 저자를 비롯해 학자들은 알래스카 툰드라 지대, 인도 북동부의 외딴 산,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 등 지구 곳곳을 누비며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작은 새에 얽힌 호기심과 기후변화·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폭넓게 담겨 있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철새에 대한 생리학적 지식은 크게 늘었다. 철새는 장거리 비행 전 운동 없이도 근육량을 늘릴 수 있다. 지방질도 체중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하는데, 인간과 달리 지방을 축적해 비만 합병증에 걸리지는 않는다. 또 며칠간 쉬지 않고 나는 건 '자면서 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1~2초 간격으로 뇌의 반쪽은 활동을 멈추는 식으로 좌우 뇌가 번갈아 휴식한다. 나침반 없이 길을 찾는 건 '양자 얽힘'을 통해 지구 자기장을 시각화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동물 중 제일 긴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의 경로는 비교적 최근에야 밝혀졌다. 2007년 작은 새에게 부착할 수 있는 초소형 광센서 기록계 '지오로케이터'가 개발된 덕분이다. 그 결과 몸길이 35~40㎝에 불과한 이 작은 새는 북극 지방과 남극해를 오가며 1년에 최장 9만1000㎞를 비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과 부산을 약 114번 왕복할 수 있고, 42.195㎞ 마라톤을 2000회 이상 뛰어야 하는 거리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다수 철새는 미지의 존재다. 많은 종의 경로나 휴식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을 연구하는 이유는 조류에 대한 탐미, 학문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생태계 공존을 위한 방편이다. 저자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 한 곳이라도 잃게 되면 해당 개체군 전체가 몰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먼저 알아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주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쏘나타 타보니 “어이가 없네”…그랜저엔 ‘하극상’, K5엔 ‘설상가상’ [카슐랭] - 매일경제
- “제발 청약통장 해지 마세요”…주식 운용사들이 읍소한 까닭 - 매일경제
- “택시 탔는데 운전기사가”...구글이 한국어 서비스 선택한 진짜 이유 - 매일경제
- “앗 잘못보냈다”…착오송금 되돌려주는 제도, 세계가 주목 - 매일경제
- [단독] 카카오 구조조정...클라우드 남기고 엔터프라이즈 해체 - 매일경제
- 연준 금리인상 막 내렸다…인하는 “아직 멀었다” vs “연말 내린다” - 매일경제
- 이재명 “김남국 ‘상임위 중 코인 매매’ 윤리감찰 지시” - 매일경제
- “올드한 이미지 벗자” 2040에 손내미는 패션업체들 - 매일경제
- 대만발 ‘스마트폰 두뇌’ 전쟁…삼성 반전 승기 잡았다[위클리반도체] - 매일경제
- 손흥민 세계 최고 레프트윙…음바페는 전체 1위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