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거짓말도 믿는다 …'집단착각'의 함정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되새겨보자. 매번 색다르고 아름다운 옷을 요구하는 허영심 많은 임금 앞에 두 사기꾼 재단사가 나타나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의상을 선사하겠다며 구슬린다. 사기꾼들은 자신들이 만든 옷이 매우 아름답지만 똑똑한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주장한다. 임금은 멍청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존재하지 않는 옷을 입고 행차한다.
임금뿐만 아니라 모두가 멍청한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행차를 보는 사람들도 사기꾼들의 장단에 놀아난다. 결국 한 소년이 진실을 말하면서 임금도 옷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지만, 체통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행차를 이어간다. 안데르센은 이 이야기를 통해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는 세태를 꼬집고자 했다. 사치로 분에 넘치는 욕심을 내거나 남을 속이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도 일침을 가하고자 했겠지만, 무엇보다 남을 의식해 바르게 말하지 않는 집단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했다.
이 같은 동화 속 마을 사람들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토드 로즈는 이 같은 현상을 '집단 착각'이라고 정의했다. 이 용어를 한마디로 풀면 '사회적 거짓말'이다.
로즈는 어떤 집단에서 구성원 다수가 특정 의견을 거부할 때 그 판단의 이유가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넘겨짚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금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임금이 화려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믿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나 선동가의 군중심리에 좌우되는 것도 임금을 본 동화 속 마을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로즈는 현대 사회에서 집단에 소속된 개인은 아무리 주체적일지라도 집단 무의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주체적인 선택을 내리는 존재라 착각하지만, 집단이 올바르지 않은 결정을 내리더라도 쉽게 습득하게 된다. 이것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에 소속된 개인의 특성이다. 집단에 소속되는 순간 개인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믿음을 강화하는 사고방식을 갖는다.
집단 착각은 다수결의 원리가 적용되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위험성이 더욱 크게 부각된다. 다수가 믿는다고 착각하면서 자신이 따르고 싶지 않은 엉뚱한 선택을 좇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즈는 집단 착각에 휘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의심하며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성찰하라고 조언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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