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2기 비전?…"국제신뢰·동맹·법치 등 통념 파괴"
동맹 괄시부터 디폴트 용인·법치주의 훼손까지 예고
"반대론자 다 제거한 집권말 '진짜 트럼프'로 재출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비전'이 방송 대담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켜온 전통 가치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파괴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현지시간) 진행된 CNN방송 대담에서는 우크라이나전, 정부부채 상한, 의사당 난입사태에 대한 입장이 주목받았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자유 민주주의 세계질서, 미국의 기존 동맹관계를 약화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CNN방송 대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원하느냐"는 물음에 답변을 꺼렸다.
그는 "이기느냐 지느냐는 면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의시켜 우리가 저 모든 사람을 죽이는 걸 중단한다는 면에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규모 살상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보고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다. 이는 주권국 침공과 점령이 정당화될 수 없도록 하는 전후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은 그런 면에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위협받는 동맹국들에 대한 포기 선언처럼 읽히는 면이 있다.
이 같은 입장은 재원을 국내에서 사용해 자국인, 특히 자신의 지지층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자국 우선주의에서 비롯됐다.
그는 실제 집권기에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며 유럽,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 관계를 경색시킨 바 있다.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의 크리스 쿤스(델라웨어·민주) 의원은 11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쿤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날 밤 행태 때문에 지난 2년간 미국의 많은 동맹과 파트너들이 제기한 우려를 키웠다"며 "그의 백악관 복귀는 곧 혼란으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담에서 미국 정부부채 상한제를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에 터질 수 있는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용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공화당은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민주당의 부채한도 증액안을 거부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이 올해 6월 초 이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에 빠질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국가부도에 대해 "나중에 할 것이니까 지금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디폴트가 미국이 전후에 국제사회에서 구축해온 신뢰와 신용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미국과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전문가 경고에 대한 공개적 묵살로 해석된다.
애사 허친슨(공화) 전 아칸소 주지사는 "민주주의에 핵심적인 통치 제도에 대한 상당한 경멸"이라며 "과거 자신의 기업 경영에 파산을 이용한 것처럼 디폴트를 미국 정부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최근 들어 가장 암울한 역사로 지목되는 1·6의회폭동 사태를 미화하기도 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6일 대선결과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던 의사당에 난입해 의원들을 위협하고 시설을 파괴했다.
이는 부정선거 때문에 패배했다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시위대가 선거 결과를 뒤집자는 취지로 일으킨 폭동으로 기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아름다운 날이었다"며 자신이 재집권하면 의회 폭동으로 처벌된 이들 상당수를 사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태도는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떠받치는 헌법적 가치로 지향하고 타국에 강요하기도 한 법치주의를 훼손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밋 롬니(공화·유타) 상원의원은 NYT에 "결국 진실, 헌법적 질서와 동떨어진 대통령 집권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라며 "범죄 유죄평결을 받은 이들을 대다수 사면한다는 생각은 헌법, 우리 당의 원칙에 상당히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이 같은 전통 가치 훼손이 바로 급속도로 집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기 중 첫 3년 동안에는 고위 관리들의 반대로 과격한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말년에는 무더기 해임으로 반대론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기 후반에 국방부 장관을 지낸 마크 애스퍼는 "내가 보기에는 트럼프가 4년 동안 진화했다"며 "트럼프가 2024년 재집권하면 그가 '진짜 트럼프'이던 2020년(집권 4년차)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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