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너무 잦은 거래②고도의 전문성···FIU 설계자 “김남국, ‘쪼개기 인출’로 혐의거래 적발 가능성”
“저희가 분석할 땐 세 가지 가장 기본적인 케이스(불법재산·자금세탁·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가 있다. 그런 사안들에 대해 형사사건 관련성이 있을 때 의심거래로 보고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
박정훈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투자 정보를 검찰에 넘긴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의 투자에서 발견된 정황이 형사사건 관련성이 있는 ‘의심거래’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김 의원의 코인 투자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투자 사실이 들통난 결정적 계기, 즉 FIU가 의심 거래로 포착한 ‘수상한 정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 의원이 주변인들을 통해 자금 세탁을 목적으로 ‘쪼개기 인출’을 하다가 FIU에 적발됐을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2004년 FIU 혐의거래 시스템 데이터 설계에 참여한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김 의원이 지인을 통해 쪼개기 현금 인출을 해 FIU에 ‘혐의거래’로 적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FIU 창설 당시 데이터 설계를 총괄한 인물이다.
문 교수는 ‘거래대리인 존재 여부’가 이상거래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정보를 넘겨받은 뒤, 분석을 통해 범죄혐의가 높은 정보를 추려 검찰 등 법 집행기관에 통보한다. 이 분석 과정에서 FIU가 ‘혐의거래’로 판단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거래대리인의 존재 여부라는 것이다.
문 교수에 따르면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한 현금인출은 대부분 주변인들을 통해 쪼개기로 이뤄진다. 1000만원 이상 현금이 인출되면 FIU에 자동으로 보고된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적발하기 위해 FIU는 단일인의 출금 기록만 보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친인척·친구 등 주변인을 통한 인출을 잡아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 교수는 “70개 이상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동의어 그룹’이 설정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FIU가 혐의거래로 판단해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건 대부분 이런 정황이 확인됐을 경우”라면서 “단순히 거액의 가상통화가 김 의원의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옮겨갔다는 사실만으로 수사기관에 알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FIU가 검찰에 혐의거래 정보를 제공한 것은 전체 403만6366건 중 7377건으로 0.18%에 불과하다.
앞서 김 의원은 “현금인출기(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로 해서 2022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전체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1000만원 이상 인출시 통보 기준에 걸리지 않으려 440만원만 인출하고 나머지는 주변인을 통해 인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김 의원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추정되는 계좌에서는 수십건의 ‘쪼개기 인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상적 의정 활동이 가능했을지 의심될 정도의 빈번한 거래 내역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상통화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의원은 굉장히 저희(코인 전문가) 같은 사람”이라며 “언론에 나오는 코인만 해도 5종 이상이고 100건 가까이 개인 지갑 결합기록이 남아 있다. 서비스 이용 내역을 보면 저보다 아는 게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거래 내역에선 투기성이 큰 코인에 중개자 역할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된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클레이페이’ 코인에 30억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이를 LP(유동성 공급자) 투자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의 투자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LP 투자는 (코인)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야 한다”며 “일반 투자자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정 활동이 한창일 때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된 투자내역도 논란거리다. 김 의원 것으로 추정되는 전자지갑 내역을 보면 지난해 3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 5월1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11월7일 핼러윈 참사 관련 법사위 전체회의 중 가상통화가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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