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ㅅ` 되고 `ㅅㅅ` 안 되고…모욕 댓글로 30대男 벌금형

대구지법. 연합뉴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인 상대로 초성 'ㅅㅅ' 등 표현을 사용하며 댓글을 남긴 남성이 모욕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1단독 재판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지난달 18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정식 재판에 앞서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2월 대구 수성구 자택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에 접속, 유명인을 언급한 게시물에 "ㅅㅅ할 때 분명 저 자세로 하겠지? 아…서버렸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공연하게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이 쓴 댓글의 내용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ㅅㅅ'는 "세수"를, '서버렸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게시물 내 사진, 일련의 댓글 및 A씨가 작성한 댓글을 종합해 보면 A씨의 댓글 내용은 피해자에 대한 성적 비하 내지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내포하는 모욕적 표현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다른 사건에선 'ㅂㅅ' 표현을 쓰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낸 바 있다. 지난달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4부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이 표현을 공개적으로 썼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이었던 B씨는 2020년 10월 해당 단체 대표와 단톡방에서 다투다가 "ㅂㅅ같은 소리" 등 메시지를 보내 고소를 당했다. 1심 재판부는 'ㅂㅅ'이라는 표현이 욕과 동일하다고 봤으나, 항소심에선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