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신분이어서"...위탁가정의 호소 "법적·제도적 지원 절실"

법적 동거인 신분…"위탁 부모를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해야"

"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 아이와 해외여행 한 번 가는 게 소원입니다."

오늘(12일) 부산에서 중학생 아이를 가정위탁하고 있는 50대 김모 씨는 연합뉴스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씨는 "부쩍 커버린 아이가 다른 가족들처럼 해외여행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법적인 권한이 없는데 친부모도 동의하지 않아 여권을 만들 수 없다"며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질병, 가출, 실직, 수감, 사망, 학대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만 18세 미만의 아동들을 일반 가정에서 보호하는 일입니다.

아이를 돌보기 희망하는 위탁 가정은 자신의 가정에서 정해진 기간 아이와 함께 살게 됩니다.

문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도, 가정위탁 부모들의 보육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아이를 돌보는 자신들이 단순한 동거인에 해당돼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을 꼽습니다.

현행법상 아이가 통장 혹은 카드를 개설하거나 여권을 만들고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이들은 가정위탁지원센터나 지자체와 연계해 친권자인 친부모의 허락을 매번 받아야 합니다.

위탁 가정에서 법적으로 대리권을 행사하려면 법원에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받아야 하는데, 친부모들이 이를 동의하지 않거나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 인정받기 쉽지 않습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가정위탁 제도가 대중화되지 않아 위탁 가정을 향한 외부의 불편한 시선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위탁 가정 관계자들은 "돈을 바라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현실적인 보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합니다.

현재 정부는 위탁 가정에 아이 돌봄 수당으로 30만원을, 아이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 60만원을 매달 지급하고 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