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지나는 석유화학 '2분기 반등 기대'
에틸렌 스프레드·신사업 디딤돌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2분기부터 점진적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 돌파를 앞두고 있어서다. 2차전지 등 신사업 확장으로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가 하락세에 에틸렌 마진 상승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1월20일 톤당 29.6달러에서 이달 5일 286.5달러까지 상승하며 손익분기점인 300달러까지 근접했다.
같은 기간 원자재인 나프타의 가격이 톤당 705.4달러에서 583.5달러로 하락한 영향이 주효했다. 에틸렌 가격은 톤당 735달러에서 870달러로 상승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지표다. 제품인 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로, 마진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제품은 나프타를 원료로 경질 가공돼 만들어진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유가와도 관련이 있다. 나프타가 원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나프타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 결국 에틸렌 스프레드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5월 첫째 주 배럴당 평균 74.6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7.2% 감소한 바 있다.
업계는 유가 약세가 한동안 지속돼 에틸렌 스프레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은행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전반적 수요 기대가 약화되고, 최근 가격상한제로 저렴해진 러시아 원유 수출이 원활해지면서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 톡톡
에틸렌 스프레드 회복을 기반으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반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792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49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적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 데 이어 4개 분기동안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신사업을 적극 확대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점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해당 사업부문 성장에 힘입어 업황 부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이 기간 LG화학은 전년 동기 대비 24.9% 상승한 매출 14조4860억원을 올렸다. 분기 기준 최대 매출규모다.
영업이익은 7910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했으나, 침체된 업황을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관련 사업 부문의 선전 역할이 컸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조5614억원, 203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5%, 31.8% 늘어난 규모다. 자회사 에너지솔루션도 매출 8조7470억원, 영업이익 633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 대비 각각 101.4%, 144.6% 급증했다.
롯데케미칼도 동박 제조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흑자전환에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부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이 연결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부각되는 시점에서 금호석유의 캐시카우 부재가 다소 아쉽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다만 합성고무 사업과 에너지 부문이 기초체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란 진단이다.
증권가는 금호석유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222억원(전년동기 대비 –65.5%), 3분기 1470억원(-36.2%), 4분기 1387억원(21.4%)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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