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술 마시고 자빠뜨리면 끝” 상사 희롱에 발명진흥회 여직원 2명 퇴사

진흥회 측 문제의 40대 팀장에 '정직 1개월' 징계 결정...면직까지 갈 수 있는 중과실 인정하면서도 업무 공백 최소화 위해 수위 결정
'솜방망이 처벌' 논란...피해 여직원 퇴사 후 고충 신청서 접수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

한국발명진흥회 홈페이지 캡처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여직원 줄퇴사했다. 그러나 징계는 정직 1개월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발명진흥회 A팀장(41)은 2021∼22년 피해자들에게 수시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성희롱을 일삼아 여직원 2명이 관뒀지만 징계는 정직 1개월. 한국발명진흥회는 자체 조사 실시 후 지난해 12월에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는 A팀장의 발언이 ‘면직’까지 갈 수 있는 중과실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신체 접촉이 없었고 부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로 결정했다.

징계위에 회부된 A팀장은 “신고되고 큰 잘못임을 깨달았다”며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A팀장의 성희롱 발언 수위를 살펴보면 정직 1개월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길 없어 보인다.

퇴사한 직원들이 제출한 성희롱·성폭력 고충 신청서를 살펴보면 A팀장은 2021년 회식 장소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부인이랑 성관계할 때 피임은 미루고 있다”, “전 여자 친구를 만났는데 술만 먹고 헤어졌는데 부인만 아니었다면 성관계를 했다” 등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같은 해 12월 여직원 B씨에게 “자취해라, 여자가 자취해야 남자가 행복하다”며 “나는 여자 친구 사귈 때 항상 모텔 안 가고 여자 친구 집에서 사랑을 나눴다”고 발언했다.

또 출장 장소로 함께 이동 중이던 여직원 C씨에게 “여자는 남자가 술 마시고 자빠뜨리면 끝”이라면서 “C는 결혼하기 좋은 여자다, 자취해야 남자가 좋아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직원들에게 “코로나 걸렸으면 뽀뽀라도 한번 할 텐데”, “카디건 단추가 풀렸다, 무슨 큰일 날 짓을 하려고” 등 음담패설과 성희롱 발언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 본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퇴사 후 고충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