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도 부쩍 많아지고 법조팀 변화까지 예고한 한겨레
한겨레, 편집국 간부 '김만배 돈거래' 이후 법조팀 변화 모색중
돈거래 사건 원인 꼽혔던 '법조기자단', '검찰 중심 보도'
이승선 교수 "판결기사 늘어난 듯… 검찰 아닌 법원 중심 가야"
한겨레 빠르면 이달 말 사내토론회 거쳐 변화 방안 공개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편집국 간부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씨와 수억 원 상당의 돈거래를 한 것이 알려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던 한겨레가 '공판중심보도' 등 변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실제로 사건 이후 판결 기사가 많아졌다는 외부 평가가 나왔다. 한겨레는 빠르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사내 토론회를 거쳐 법조 보도 변화 방안을 외부에 알릴 예정이다.
한겨레 내부에 공유되는 외부 저널리즘책무위원들의 한겨레 비평 '책무실 통신'에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3월 이후 한겨레 기사를 분석하며 “'대법원'을 비롯한 판결 기사가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선 교수는 “4월13일 선고한 대법원판결은 시간이 지나도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며 “헌재가 3월23일 선고한 결정도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대부분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선 교수는 “공적 인물의 초상권침해와 면책, 공공기관 직원의 단체행동 금지, 압수 휴대전화를 다른 범죄 수사에 사용해도 무방한지 여부 등 하나 같이 시민의 일상적인 삶에 큰 의미를 가진 판결 기사”라며 “법조기자단 문제는 그 문제대로 다른 언론사들과 연대해서 풀어가되 그것과 상관 없더라도 한겨레는 '법원 판결'을 더욱 비중 있게 다루고, 그것이 한겨레의 차별적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뚝심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석진환 전 한겨레 신문총괄이 김만배씨와 9억 원 상당의 돈거래를 한 것이 올해 초 알려지면서 '법조기자단의 폐쇄성'과 '검찰 의존 보도' 등이 돈거래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꼽혔다. 석 전 총괄 외에도 김씨와 금전거래한 김 전 한국일보 뉴스부문장, 조 전 중앙일보 논설위운 등은 법조기자단을 통해 김만배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전부터 법조기자단은 가입조건이 까다로워 일부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권력층이 사교의 장을 여는 등 일종의 '카르텔'로 인식됐다.
[관련 기사 : '김만배 돈거래' 한겨레 80쪽 분량 최종 보고서 결론은]
한겨레는 지난 2월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를 발간하며 폐쇄적인 법조시스템을 지적했고, 한겨레21도 지난 3월 <기사 안 쓰는 기자는 왜 법조기자실에 있었나>, <검찰에게 서서히 가스라이팅되어가다>, <출입처, 패거리 저널리즘의 출처> 등의 기획을 통해 법조기자단 문제를 파헤쳤다. 하지만 이후 법조팀 관련 구체적 변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한겨레는 '변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 3월 한겨레 주주총회에선 한겨레가 법조기자단을 나와야 한다는 주주들 성토까지 있었다.
한겨레는 법조기자단의 문제를 인지하지만 쉽게 혁신안을 내놓긴 어렵다고 호소한다. 현재 법조팀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섣불리 취재 관행을 바꿨다가 취재력이 떨어진다면 신뢰도 이상의 피해가 오게 된다. 최우성 한겨레 대표는 지난달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현장) 기자들의 상황에 우리가 무지하기 때문에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며 “외부에서 보면 왜 이렇게 질질 끄나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디더라도 밟아야 할 스텝을 차근차근 밟으면서 결국 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한겨레 사장 “쇼한 거 아니냐 하는데 흐지부지 넘어가진 않을 것”]
콘텐츠총괄 및 편집국장 직무대행 임기를 마치고 법조팀으로 자원한 정은주 법조팀장은 지난달 통화에서 “(변화가) 탑다운 식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현장 기자들의 동의를 얻어 이것저것 시도해가며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실험해봐야 한다. 왼손을 많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왼손잡이가 되는 것처럼 왼손잡이가 되겠다는 선언보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빠르면 이달 말 사내 토론회를 거쳐 법조팀 변화 관련 결정된 사안들을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정윤 한겨레 인사교육부국장은 지난 10일 통화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외부에 공표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선 교수는 '법조 뉴스 생산 관행 연구' 논문을 인용해 “'법원 중심 법조 보도'는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대안”이라며 “모든 언론사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언론의 신뢰와 생존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고 품격 있는 보도에 대한 의지를 가진 언론사들부터 모여 공론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박성중 “민주당 세력 작정하고 달려들면 부활 실검 어뷰징 막을 수 없어” - 미디어오늘
- “회사 강탈 당해” 더탐사 경영권 법적 분쟁 결과는 - 미디어오늘
- 국민의힘 “민주당 ‘박원순 다큐’에 침묵, 괴물이 되어가나” - 미디어오늘
-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 ‘우리 출입기자 맞냐’ 얘기 나와” - 미디어오늘
- 김포골드라인에 4량 열차 투입, 정말 현실 가능합니까? - 미디어오늘
- [아침신문 솎아보기] “2차 가해는 아니다” ‘박원순 다큐’ 감독에 “무슨 궤변인가” - 미디
- 태영호만 당원권 정지 3개월 “공천개입 밑장빼기 봐주기 징계” - 미디어오늘
- EBS 미화노동자 감원 3명 모두 노조 간부… 노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 미디어오늘
- 쿠팡 검색 결과에 뜬 상품순서 설명하고 투명성 점검 받는다 - 미디어오늘
- ‘한동훈 장관에 1000만 원 배상’ 판결 받은 기자 SNS 뭐길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