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비관해 딸 살해하려던 중국계 친모 집행유예

초등생 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40대 외국인 친모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채무를 감당하기 못해 신변을 비관하다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친권 등을 포기한 데다 모국으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어 피해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살인 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계 친모(40)에게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12일 밝혔다.

전주지법.

친모는 지난해 7월 14일 오전 4시쯤 전북 남원시 자택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10대 딸을 목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잠에서 깬 딸은 몸부림치다 저항하며 엄마의 손길을 뿌리치고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조사 결과 친모는 지인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빌려 이에 대한 이자로 매월 500만∼600만원을 갚기 어려워지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2개월여가 지나 뒤늦게 딸이 아버지에게 말하면서 외부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으려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며 “엄마가 없으면 아이가 더 괴로울 것 같아 이런 일을 벌였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이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 배심원단 7명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하고 4명은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3년, 3명은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의견을 냈다.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A씨에게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자녀의 존엄한 생명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그 생명을 빼앗으려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는 등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도 고심 끝에 선처를 원하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사건 이후 피고인이 이혼하면서 자식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했고 모국으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어 피해자와 분리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