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소년 둘러대더니…“퀴어축제 걸러야” 혐오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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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는 7월1일로 예정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서울광장에서 열지 못하도록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던 회의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혐오 발언이 다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 누리집에 올라온 회의 속기록을 12일 살펴보니,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퀴어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지난 3일 회의에서 한 위원은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이 행사 인근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있었다. 이렇게 대규모 시위와 충돌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이 된다"며 "이렇게 논란이 있고 문제가 있는 축제들은 위원회에서 걸러내야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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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속기록엔 성소수자 혐오 수두룩
보수·기독교 폭력적 집단행동은 눈감아
서울시가 오는 7월1일로 예정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서울광장에서 열지 못하도록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던 회의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혐오 발언이 다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 누리집에 올라온 회의 속기록을 12일 살펴보니,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퀴어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지난 3일 회의에서 한 위원은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이 행사 인근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있었다. 이렇게 대규모 시위와 충돌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이 된다”며 “이렇게 논란이 있고 문제가 있는 축제들은 위원회에서 걸러내야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퀴어축제가 열릴 때마다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광장 맞은편에서 방해 집회를 열어 충돌 우려가 제기됐는데,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안전을 위협하는 보수·기독교 단체들의 집단 행동은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퀴어축제를 ‘걸러내야 할 문제적 축제’로 지적한 것이다.
또 다른 위원은 “본인들(성소수자들)이 자유를 표현할 권리도 있지만,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권리라든지, 또 다른 시민들의 의견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발언했다. 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인권 침해를 ‘권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 “(퀴어축제를 허용하면) 마치 대한민국 자체가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문화가 되면서…중략…(청소년의) 성 문화에 대한 인식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속기록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익명 처리됐다. 시민위원회는 재적위원 12명 중 9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퀴어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는 대신 기독교계 시티에스(CTS)문화재단이 같은 날 열겠다고 신고한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의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했다.
퀴어조직위의 한채윤 위원은 “지난 11일 서울시로부터 받은 시민위원회 개최 결과 공문을 보면, 서울광장 조례상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이어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속기록을 보니 그런 내용보다는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박한희 변호사도 “퀴어축제는 성소수자만 오는 자리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석하고 여러 나라 주한대사들도 참여하는 자리”라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누군가의 권리라고 한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사라 할지라도 누군가 보고 싶지 않다고 할 때 그 어떤 행사도 열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와 경희대 성소수자동아리 ‘아쿠아’ 등 10개 대학 20개 단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 결정을 규탄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시장의 의무는 어디로 사라지고 은폐됐느냐”고 항의했다.
한편, 퀴어조직위는 비록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지만 오는 7월1일 다른 장소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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