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교정시설 이전…첫 단추 제대로 끼웠나?
부산시가 위임한 입지선정위원회 결정은 법적·제도적 강제성 없어
강서구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부정" VS 사상구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수용"…지역 갈등 불씨
해당 지역 정치권 부담 덜기 위해 이전 주체 아닌 부산시가 총대 멨다는 볼멘소리도
부산시가 지역의 해묵은 과제인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 등 교정시설 이전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주민 반대 여론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던 선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부산시의 의지와는 반대로 벌써부터 특정 지역의 반발은 물론 지역 간 갈등 양상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지역 교정시설의 새 옷을 입히는 이번 현대화 사업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운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산시는 11일 교정시설 현대화 사업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까지 부산교도소와 구치소, 보호관찰소의 이전 방식과 부지를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용역에서 도출된 부산교도소(강서구 대저동)와 부산구치소(사상구 주례동)를 현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각각 개별 이전하는 1안과 교도소와 구치소, 보호관찰소를 강서구 대저동으로 통합 이전하는 2안 중 1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시민단체와 각계 전문가, 시의원 등 16명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위원회가 내리는 결론을 채택하기로 했다. 시는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 2개 안의 비교 분석을 위한 위원회의 활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입지선정위원회의 결론이 법적·제도적 근거나 강제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있어 관련 기초단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의 씨앗으로 심어져 있다.
실제, 강서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입지를 선정하는 주체는 법무부이고, 협의 주체는 강서구청으로 부산시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산시가 구성한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 자체를 부정했다.
반면, 통합 이전으로 결론이 날 경우 구치소를 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사상구는 부산시의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며 위원회가 내리는 결론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이 문제가 지역 갈등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조례나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先) 입지·후(後) 추진' 방식으로 실패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선(先) 지역발전 및 추진방안·후(後) 교정시설 현대화 추진'으로 교정시설 이전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입지를 정해 놓고 해당 지역 주민 여론에 막혀 무산됐던 과거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부산시의 말과 달리 현재의 상황은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전개 과정은 과거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교정시설 이전의 핵심 당사자인 강서구가 부산시의 위임을 받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권한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는 위원회가 내놓는 결론이 과거와 같은 '선(先) 입지 선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교정시설 이전의 첫 단추는 지역 여론 수렴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과 기관, 정치권에게 차후 있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이 주어져야한다. 그 과정을 거쳐야만 해당 지역이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울며 겨자먹식으로나마 수용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부산시의 이번 발표에는 주민들에게 결과를 받아들이게 할 명분보다는 결과에 대한 반발을 키울 빌미만이 보인다. 그 배경에는 이번만큼은 교정시설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부산시의 조급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 정치권에게 표와 직결되는 교정시설 이전 문제를 부산시가 떠안으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강서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의원, 사상구는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여 동안 주민 여론을 수렴한 뒤 8월쯤 최종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시는 위원회의 결론을 넘겨받아 교정시설 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지자체에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과 판단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 교정시설 현대화 사업의 첫 번째 단추였었다는 뒤늦은 후회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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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중석 기자 js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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