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사업자는 폐업하고, 애완동물 장묘업으로 운영하는 ‘평산책방’ 미스터리

윤희훈 기자 2023. 5. 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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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측 “행정처리 지연으로 개인사업자 설립”했다지만 ‘재단법인’은 1월 설립
김경율 “文 개인 영리 추구하려다 정황 드러나자 운영 주체 전환”
동일 주소지에 유사 명의 사업자 설립 과정도 의문
양산세무서 “개인정보로 알려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아 계산대에서 책을 팔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를 맡는 평산책방의 운영 주체가 ‘재단법인 평산책방’으로 정리했다고 문 전 대통령 측이 밝혔지만, 사업자의 업태와 종목을 비롯한 사업자 등록 과정에 대한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책방 운영에 적합한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종목으로 신고한 개인과세사업자인 ‘평산책방’(대표 : 문재인)은 지난 8일 폐업 처리된 상태다. 현재 평산책방을 운영하는 주체는 ‘재단법인 평산책방’(대표 : 안도현)이다. 해당 법인의 사업 종목은 ‘애완동물 장묘 및 보호 서비스업’으로 신고가 돼 있다.

지난달 26일 영업을 시작한 평산책방은 이용자의 영수증 인증사진이 공개되면서 사업자 및 수익 구조 논란이 일었다. 당초 문 전 대통령 측이 평산책방의 운영과 관련해 ‘수익은 전액 재단에 귀속되고, 이익이 남으면 공익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것과 달리 사업자 명의가 문 전 대통령이 대표로 돼 있는 ‘평산책방’이었기 때문이다.

‘평산책방’의 설립 신고일은 2023년 4월 24일. 평산책방이 문을 열기 이틀 전이다. 책방 개업을 앞두고 급하게 사업자 신고를 진행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안도현 시인이 대표로 있는 ‘재단법인 평산책방’의 설립신고일은 2023년 1월 4일. “재단법인의 행정 처리가 지연돼 일시적으로 개인사업자로 운영됐다”는 문 전 대통령 측의 설명이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재단법인 사업자가 멀쩡히 있는 상황인데, 행정 처리가 지연돼 일시적으로 개인사업자로 운영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개인 영리를 추구하려다 영수증이 공개되면서 의도가 드러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책방 건물에 '평산책방' 현판이 걸려있다. /뉴스1

동일한 주소에 비슷한 명의의 사업자 설립 신고를 수용한 양산세무서의 업무 처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업자 신고는 ‘1 주소지 1 사업자’가 원칙이지만, 최근 공유 오피스 등이 대중화되면서 ‘1 주소지 다(多) 사업자’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소득이 합산되거나 분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제한하는 게 원칙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의 설명대로라면 양산세무서가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평산책방’을 동일한 주소지에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두 사업자는 이름이 유사해 소비자를 기망할 소지가 있을뿐더러, 세무서 입장에서도 상호명이 비슷해 업무 처리 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도 문 전 대통령 측은 공익 목적이라던 평산책방을 개점 초기 개인사업자로 운영했다. 평산책방 개점 후 첫 주말을 포함한 10여일의 수익 역시 문 전 대통령에게 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회계사는 “책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영업하는 사업체에 2개의 사업자를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 측이 책방을 여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실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평산책방을 운영할 주체로 ‘재단법인 평산책방’을 설립했는데, 사업 종목과 재단 정관 등에 ‘서적 소매업’을 명시하지 않아 급하게 개인사업자를 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이 책방 운영은 ‘재단법인 평산책방’이 맡되, 기념품이나 ‘토리라떼’ 등 음료 판매와 같은 부가적인 수익은 ‘평산책방’이 가져가는 사업 구조를 구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단법인 평산책방’이 부가세 면세과세자로 신고한 반면, ‘평산책방’이 부가세가 면제되는 서점업으로 신고를 하면서도 ‘부가세 일반과세자’로 신고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조선비즈는 양산세무서에 ‘재단법인 평산책방’의 사업 종목 추가 여부와 동일한 주소지에 유사한 상호명의 사업자 설립을 허용한 배경 등을 문의했지만 양산세무서는 “개인정보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평산책방의 운영을 공익재단이 맡게 되면서 문 전 대통령 측은 세금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공익재단은 사업 운영 수익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전입시키는 방식으로 면세 혜택을 받게 된다. 김 회계사는 “책방의 수익을 문 전 대통령이 가져가는 사업 구조가 드러나자, 공익법인 운영으로 전환해 세금이라도 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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