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의 완성은 '자수'…신윤복도 감탄할 '나비의 꿈'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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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대단한 상상력이 아닌가.
여인의 치마폭에 어디선가 날아든 나비 한 마리가 수를 놓고 있는 중이니까.
게다가 그 엄중한 역할을 '나비'의 업적으로 돌리는 중이다.
하나는 수를 놓는 과정을 내보이는 나비, 다른 하나는 수가 놓이는 결과를 흘려내는 꽃 '모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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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대신 붓으로 만든 정교한 자수의 흔적
얇은 평붓에 물감 찍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나비가 수놓는 연출로 자수같은 질감 표현
"완성될 꿈 위해 인생의 수 채워가는 우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참으로 대단한 상상력이 아닌가. 조선 후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비단에 채색·114×45.5㎝·보물·간송미술관 소장)를 이렇게 변주하다니. 좁은 소매와 짧은 가슴의 삼회장저고리, 속옷을 여러 겹 껴입어 배추처럼 부풀린 옥색치마, 그 아래로 슬쩍 보이는 하얀 버선발.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건가. 여인의 치마폭에 어디선가 날아든 나비 한 마리가 수를 놓고 있는 중이니까. 자신의 날개만큼이나 화려하게 말이다.
작가 송광연은 캔버스에 ‘자수’로 그림을 그린다. 독특한 점은 이 정교한 자수의 흔적이 실을 꿴 바늘이 아닌 물감 묻힌 붓으로 만들어냈다는 것. 얇은 평붓에 아크릴물감 등을 묻힌 뒤 캔버스에 톡톡 찍고, 마르면 또 톡톡 찍고. 그렇게 자수와 같은 질감을 표현했다는데. 게다가 그 엄중한 역할을 ‘나비’의 업적으로 돌리는 중이다. 덕분에 작품에 늘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를 놓는 과정을 내보이는 나비, 다른 하나는 수가 놓이는 결과를 흘려내는 꽃 ‘모란’이다.
그런데 왜 완결이 아닌 미완인가. 답은 ‘나비’에 있다. 작가에게 나비는 “내일 완성될 꿈을 위해 인생의 수를 채워가는 우리”라서란다. 예부터 행복을 상징해온 모란을 피우는 데는, 한땀 한땀 채우는 부단함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뜻인 거다. 찬란한 ‘나비의 꿈’(Butterfly’s Dream·2022)을 마침내 보게 되는 날까지 말이다.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142길 리나갤러리서 여는 10인 작가 기획전 ‘2023 스텝 업: 모멘텀’(2023 Step Up: Momentum)에서 볼 수 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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