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씨위드 “바다의 보물 해조류로 배양육 시대 연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김과 미역, 파래 등 해조류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맛있고 영양소가 풍부해 주로 반찬으로 먹고, 한천같은 가공식품의 소재로도 쓴다. 나아가 해조류는 차세대 식품으로 주목 받는 대체육, 그 중에서도 ‘배양육’ 시장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보육기업 ‘씨위드’가 개발한 기술 덕분이다.
이희재 씨위드 대표는 생명공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동료들과 함께 아이오딘 함유량이 적은 해조류를 개발했다. 그러다가 해조류가 탁월한 배양육의 소재라는 점을 발견하고 연구의 방향을 바꾼다.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배양, 증식해서 만든다. 고기로 고기를 만드는 셈이니, 맛과 향과 식감 역시 실제 고기와 거의 같다. 문제는 세포 배양과 증식 모두 어려운 점이다. 세포가 자랄 곳과 형태를 고정할 방법, 세포가 클 때 필요한 영양분(배양액)의 품질을 모두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만 만족하지 못해도 모습이 어색해지거나 맛과 향이 나지 않는 등, 배양육의 품질이 낮아진다. 일반 고기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생산 단가도 낮춰야 한다.
이희재 대표는 배양육의 세포를 고정하는 틀(스캐폴드), 그리고 세포를 증식할 때 필요한 영양 공급용 배양액을 해조류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배양육은 세포를 증식해 만들기에 크게 자라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부분 다짐육 모습으로 만들었다. 반면, 해조류로 만든 배양육의 틀을 활용하면 햄버거 패티, 구이용이나 큐브 스테이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배양육을 만든다. 씨위드는 배양육의 세포를 두껍게 만드는 고유 기술까지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씨위드는 세포를 키울 때 쓰는 배양액도 해조류(미세조류, 클로렐라)로 만든다. 지금까지는 배양육의 소재로 소의 태아의 피를 썼는데, 가격이 L당 십수만 원 가량으로 비쌌다. 배양육 1kg를 만들 때 배양액을 10L 이상 쓰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수백만 원이 드는 셈이다. 소의 태아의 피를 쓰는 데에서 윤리 문제도 생긴다.
씨위드의 배양액은 가격이 L당 2,000원 이하로 싸다. 해조류로 만드는 덕분에 윤리 문제도 없다. 이들은 나아가 배양액 가격을 L당 1,000원 이하로 줄여 배양육의 가격 경쟁력을 일반 고기 수준으로 강화하려 한다.
이어 씨위드는 배양육의 품질을 높일 기술도 개발했다. 배양육을 만들 때 신경쓸 것은 세포의 배양뿐만이 아니다. 고기를 고기답게 만들려면 근육을 잘 배양해야 한다. 그러려면 세포의 증식뿐만 아니라 분화도 유도해야 한다. 배양육의 분화 기술은 만들기 아주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씨위드는 틀의 형태를 조절해 세포의 분화를 유도한다. 자연스레 실제 고기와 비슷한 근육을 만들고 맛과 향도 재현한다. 해조류가 가진 글루타민의 단 맛을 활용해 배양육의 맛을 좋게 하는 기술도 가졌다.
이희재 대표는 해조류 배양육 기술을 앞세워 실험실 창업 콘테스트 2020에서 장관상(대상)을 받았다. 자연스레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해양수산자원부가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전폭 지원했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스케일업을 이루도록 도운 덕분에, 씨위드는 해양수산창업콘테스트 장관상 수상에 이어 2022년 국가대표 혁신기업 1000에 선정됐다. 이 성과를 TIPS로도 연결했다.
이어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씨위드의 파트너가 된다. 첨단기술분야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에 선정해 여러 과제를 함께 한다. 이희재 대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관계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스타트업의 지원과 육성을 생각하고 돕는다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든든한 조력자로 소개한다. 함께 배양육 기술을 연구 개발한 덕분에 순조롭게 성장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생명의 가치를 높이자’는 철학을 공유하는 임직원들도 씨위드의 자산이다. 바이오 기업에서 FDA(미국식품의약국) 허가와 근육 연구 경력을 쌓은 조성천 본부장, 식물과 동물 지식을 쌓은 수의사 구옥재 COO 등 역량 있는 임원들이 이희재 대표의 곁으로 모였다. 주요 임직원들도 모두 조직공학과 생명공학 전공자다. 씨위드의 임직원들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해조류, 동물, 나아가 지구의 생명을 지키자는 공감대 아래 스스로 재활용품을 쓰려 한다. 자신들부터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줄이자는 의도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포함한 여러 파트너 기관과 기업,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임직원들과 함께 씨위드는 도전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한다. 이들의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은 ‘허가’다. 배양육은 아직 세계 각국 정부와 의료기관의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금 규제가 조금씩 마련되는데, 여기 맞춰 배양육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이희재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배양육을 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좋게 하는 것, 식품 안전성을 만족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대체육의 맛과 향이 일반 고기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단점을 해결한 것이 배양육이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배양육을 먹어도 안전한지, 먹을 때 이물감은 없는지 두려워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 씨위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철학에 공감하도록 브랜드를 강화하고 홍보 마케팅 활동을 펼 예정이다.
이희재 대표는 축산업계를 배양육 업계의 경쟁자가 아닌, 상생 파트너로 여긴다. 고기 수요는 나날이 늘어가지만, 축산업의 규모는 단기간에 늘리지 못한다. 그는 배양육이 고기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대체하면서 축산업 기술의 발전도 도울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씨위드는 차근차근 도전 과제를 해결할 준비를 한다. 배양육 특허를 우리나라에 5개 등록했고, 유럽과 미국에 각각 1개씩 출원 중이다. 씨위드는 이미 해조류 배양육의 시식회를 수 차례 열었을 정도로 기술 완성도가 높다. 2023년에는 시식회를 더욱 자주 마련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배양육의 맛과 향을 더 좋게 만든다.
해외 시장 진출 준비도 순조롭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25년경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 배양육 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FDA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배양육의 규제와 허가가 마련되고 상품을 판매할 시장이 열리면 바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경쟁사가 다짐육 모습의 배양육을 선보일때, 씨위드는 미트볼과 홀 컷(등심, 안심 등 고기의 부위를 재현한 것), 스테이크 배양육을 선보여 기술 격차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희재 대표는 “해조류 배양육 제조 기술을 고도화하겠다. 일반 고기를 따라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고기, 기존에 없던 맛과 향과 식감을 가진 고기를 만들 목표도 이루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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