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외인 듀오 5월 반등투에도 “기뻐해야 할 일까진 아니야” 냉철한 배영수 시선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3. 5. 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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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흔들리지 않는다. ‘봄데’라는 단어와 이제 헤어질 때가 아닐까.

4월 9연승과 함께 리그 1위까지도 올랐던 롯데는 5월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2대 10으로 대패하면서 연승 가도가 끊겼다. 이후 어린이날 연휴 주말 시리즈가 모두 우천 취소된 가운데 롯데는 5월 9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2대 5로 패하면서 2연패까지 빠졌다.

시즌 초반 롯데 팀 전력은 100% 수준이 아니다. 특히 나균안을 제외하고 외국인 투수 듀오를 포함한 나머지 선발진이 매우 불안정했다. 혹여나 찾아올 수 있는 하락세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롯데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사진 왼쪽)와 반즈(사진 오른쪽)가 5월 첫 등판에서 반등하는 투구를 보여줬다. 사진=천정환, 김영구 기자
하지만, 롯데는 그 불안한 시선을 극복하면서 올해는 다르다는 걸 증명했다. 비록 패했지만, 9일 경기에 선발 등판한 댄 스트레일리가 6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달성에 성공했다.

이어 10일 경기에 선발 등판한 찰리 반즈는 6.2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투를 선보였다. 최근 ‘토종 에이스’ 나균안이 2경기 연속 흔들렸지만, 스트레일리와 반즈가 투구 컨디션을 되찾아가는 결과가 나온 건 고무적인 그림이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팀 선발진 평균자책 리그 최하위(4.99)에 머물러 있다. 9연승 과정에서 놀라운 팀 타격 집중력과 불펜진 역투로 승리를 쌓았지만,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선 선발진이 살아나야 꾸준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5월부터 선발진 반등이 절실한 분위기였다.

다행히 스트레일리와 반즈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롯데 벤치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어린이날 연휴 시리즈 전체 우천 취소로 생긴 휴식이 오히려 약이 된 모양새다.

롯데 배영수 투수코치도 두 외국인 투수의 반등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두 투수의 결과를 두고 너무 기뻐할 일이도 아니라는 게 배 코치의 냉철한 시선이었다.

배 코치는 “휴식일 동안 두 외국인 투수가 알아서 준비를 잘했기에 좋은 등판 결과가 나온 듯싶다. 스트레일리의 경우 구속이 조금 올라온 게 긍정적이다. 반즈는 글러브 위치를 살짝 수정했다. 원래 선발 투수는 1개월 정도 안 좋을 때가 있다. 그런 걸 잘 넘기고 자기 페이스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 두 투수에겐 그 시점이 빨리 온 거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뻐할 일도 아니다.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바라봤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다시 미소를 찾아야 한다. 사진=천정환 기자
배 코치는 4월 두 외국인 투수 부진이 이어져 교체 가능성이 대두될 때 “그래도 두 외국인 투수를 믿고 싶다. 이미 KBO리그에서 보여주고 증명한 게 있는 선수들이다. 5월이 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배 코치의 믿음대로 스트레일리와 반즈는 5월 첫 등판부터 4월과는 달라진 투구를 보여줬다. 이제는 12일 수원 KT WIZ전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차례다. 박세웅은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 5.25로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WBC 후유증이란 단어가 박세웅에게 자주 붙는 분위기다.

배 코치는 “(박)세웅이는 지난 등판 때 내려가면서 ‘죄송하다’라고 말하더라. 원래 코치는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이것저것 뭘 하게 하려는 것보단 세웅이를 믿고 지켜보고 기다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각자 다 알아서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프로 선수”라고 힘줘 말했다.

배 코치도 시즌 초반 선발진 부진 속에 불펜 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는 전략으로 팀 상승세 흐름을 끊기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삼성 왕조와 두산 왕조를 모두 눈앞에서 지켜봤던 배 코치는 시즌 초반 승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경기를 지키는 1승 1승 한 경기 한 경기의 소중함을 잘 아는 지도자다. 5월 중순에도 여전히 리그 2위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롯데 원동력엔 배 코치의 이런 기다림과 과감함의 고뇌가 숨어있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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