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외여행 가보는 게 소원" 위탁 가정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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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 아이와 해외여행 한 번 가는 게 소원입니다."
12일 부산에서 중학생 아이를 가정위탁하고 있는 50대 김모 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위탁 가정 부모 역시 "심지어 아이 명의 통장이 필요해 친부모로부터 받았는데, 비밀번호와 도장을 주지 않아 결국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말했다.
5학년 초등학생을 보호하는 50대 B씨는 최근 아이의 담임 교사에게 위탁가정이라고 밝힌 뒤 불쾌한 일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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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 아이와 해외여행 한 번 가는 게 소원입니다."
12일 부산에서 중학생 아이를 가정위탁하고 있는 50대 김모 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부쩍 커버린 아이가 다른 가족들처럼 해외여행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법적인 권한이 없는데 친부모도 동의하지 않아 여권을 만들 수 없다"며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질병, 가출, 실직, 수감, 사망, 학대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만 18세 미만의 아동들을 일반 가정에서 보호하는 일이다.
아이를 돌보기 희망하는 위탁 가정은 자신의 가정에서 정해진 기간 아이와 함께 살게 된다.
문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도, 가정위탁 부모들의 보육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아이를 돌보는 자신들이 단순한 동거인에 해당돼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현행법상 아이가 통장 혹은 카드를 개설하거나 여권을 만들고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이들은 가정위탁지원센터나 지자체와 연계해 친권자인 친부모의 허락을 매번 받아야 한다.
위탁 가정에서 법적으로 대리권을 행사하려면 법원에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받아야 하는데, 친부모들이 이를 동의하지 않거나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 인정받기 쉽지 않다.
고등학생을 돌보는 50대 A씨는 "한 아이의 경우 걸핏하면 친부모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해 위탁 부모가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러나 친부모가 결국 동의하지 않았고 충격을 받은 아이는 소아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위탁 가정에서 휴대전화나 체크카드는 명의를 빌려 쓰도록 할 수도 있지만, 아이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라며 "아이가 위탁 가정에 온 순간부터 부모들을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위탁 가정 부모 역시 "심지어 아이 명의 통장이 필요해 친부모로부터 받았는데, 비밀번호와 도장을 주지 않아 결국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말했다.
아직 사회적으로 가정위탁 제도가 대중화되지 않아 위탁 가정을 향한 외부의 불편한 시선도 여전하다.
5학년 초등학생을 보호하는 50대 B씨는 최근 아이의 담임 교사에게 위탁가정이라고 밝힌 뒤 불쾌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얼마 전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담임 교사가 '친부모가 아니라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며 "이미 이 아이는 나의 친자식과도 같은 존재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입견을 가지고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며 "아이에게 남의 시선에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게 대처하라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위탁 가정 관계자들은 "돈을 바라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현실적인 보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현재 정부는 위탁 가정에 아이 돌봄 수당으로 30만원을, 아이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 60만원을 매달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3명의 아이를 돌본 50대 C씨는 "학원을 한 번 보내려 해도 아이에게 부수적으로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며 "아이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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