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속 30km 이하 차량에, 어린이 21명 사망…"주의 또 주의"
[EBS 12뉴스]
지난해엔 서울에서 10살 이동원 군이, 이틀 전(10일)에는 수원에서 8살 조은결 군이 학교를 오가는 길에 차량에 치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어린이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죠.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고 모두 가해차량은 제한속도인 시속 30km보다 느리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동 열명 가운데 아홉명은 제한속도보다 느린 차에 숨졌습니다.
무엇을 의미할까요.
박광주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10살 동원이는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인터뷰: 故 이동원 군 아버지
"우리 아이는 좀 마음이 깊어서, 저한테는 좀 더 친구 같고요.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될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하루아침에 저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죠."
학생들이 등하교 때 자주 이용하는 좁은 골목길입니다.
동원 군은 바로, 이 모퉁이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보행자와 차량 모두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데다 당시에는 이런 인도조차 없는 이면도로였습니다.
동원 군을 친 차량의 속도는 시속 11.8km로 제한속도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틀 전, 신호를 어기고 8살 은결 군에게 돌진한 버스도 사고 당시 속도는 시속 30km 이하로 빠르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스쿨존 교통사고 현황을 들여다봤습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13세 미만 어린이는 모두 25명입니다.
사고 차량의 속도가 확인된 건 23건인데, 이 가운데 21건은 시속 30km이하로 달렸습니다.
전체 스쿨존 교통사고 자료를 살펴봐도 차량 속도가 특정되는 2,907건 가운데 90% 수준인 2,644건이 시속 30km 이하였습니다.
시속 30km로 움직이는 차량은 멈춰서기까지 14m를 이동하고, 1초만 반응이 늦어도 26미터를 이동합니다.
인터뷰: 임재경 선임연구위원 / 한국교통연구원
"높이 3.5m에서 수직으로 떨어질 때 받는 충격량을 어린이가 그대로 받게 됩니다. 엄청난 충격량이죠. 그러니까 그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도 얼마든지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과 제도 개선에 더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만이라도 차량속도를 더 낮추고 각별히 주의해야한다는 운전자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합니다.
인터뷰: 강훈식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30km/h 이하에서도 사고가 많이 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제한속도를) 더 낮추거나, 더 조심할 준비들을 해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제한속도를) 올리려는 흐름들 그것도 매우 경계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보완해서 더 사고가 안 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심야시간대에는 스쿨존에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제한속도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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