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또…한동훈, 참여연대에 “정치검사? 진영 가린 적 없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사흘째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참여연대가 한 장관의 경질을 요구한 뒤, 현직 장관이 이례적으로 시민단체를 상대로 공개적인 비판 입장을 내오고 있다. 한 장관이 참여연대를 겨냥해 낸 입장만 벌써 세 번째다.
한 장관은 12일 입장문을 내어 “참여연대가 나를 ‘정치검사’라고 했다. 정치검사라는 말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잘 보이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검사’를 말하는 걸 텐데, 내가 20여년간 한 수사 중 ‘단 하나라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사로 일하는 동안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불법을 단죄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날 참여연대는 한 장관을 두고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한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 기다리다가, 정권 바뀌어 자기들 앞에서 번호표 끊기자마자 다시 심판인 척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참여연대가 심판인 척 않고 그냥 주전선수 자격으로 말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교체해야 할 고위공직자’를 묻는 온라인 설문 결과를 공개했는데, 한 장관이 1위(69%)를 차지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에 한 장관과 더불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고위공직자 8명의 경질을 요구했다. 이에 한 장관은 즉각 입장을 내어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에 나섰고, 이후 참여연대 입장-한 장관 입장(2차)-참여연대 입장(2차)을 내면서 설전이 이어져왔다.
한 장관의 3차 입장에 대해 참여연대도 이날 오후 3차 입장을 내어 “사회적 강자의 불법을 단죄하기 위한 최선이 현 정부의 노조 때려잡기, 시민단체 먼지털이,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거부, 김건희 여사 수사 거부인지 묻고 싶다”며 “이전 정부에서나 지금 정부에서나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사가 없었다고 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참여연대의 전직 임원 일부가 정부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그 잘잘못에 대해서는 시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야말로 특정 진영과 정권을 위한 정치를 중단하고, 정치를 하려거든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 옷을 벗고 하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 장관과 참여연대가 낸 입장문 전문이다.
한동훈 장관의 1차 입장(5월10일)
‘참여연대’든 누구든 의견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만, 왜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참여연대’를 ‘중립적인 시민단체’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여연대의 1차 입장(5월11일)
장관이든 누구든 시민단체를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만, 왜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를 공정한 국가기구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참여연대는 검찰권력을 감시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동훈 장관의 2차 입장(5월11일)
‘참여연대 정부’라고까지 불렸던 지난 민주당 정권 5년 내내, ‘참여연대’가 순번 정해 번호표 뽑듯 권력 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에 ‘참여’하고 권력과 ‘연대’해 온 것을 국민들께서 생생히 기억하고 계십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민주당 정권 요직’이나 ‘민주당 의원’이 된 사람들을 한 번만 세어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지금처럼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한다고 국민들께서 속지 않으실 겁니다.
게다가 박원순 전 시장 다큐 같은 건에는 한마디도 안 하는 걸 보면, 앞으로 공정한 심판을 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참여연대의 2차 입장(5월11일)
‘일국’의 법무부 장관으로 바쁘신 공무의 와중에 일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활동에 직접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우는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전·현직 검사와 검찰 공무원들이 대통령실 등 권력 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현 정권에 진출한 전·현직 검찰 인사들을 세어보고 이후 총선을 통해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려는 검찰 관련 인사들을 헤아려 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온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것으로 검찰공화국에 대한 비판을 비껴가려는 입씨름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5년간 어떤 정권에서도 정부보조금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참여연대를 깎아내린다고, ‘검사의 나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참여연대는 다음 주 윤석열 정부 검사의 나라 1년을 기록한 ‘검찰+보고서’로 찾아뵙겠습니다.
한동훈 장관의 3차 입장(5월12일)
1. 어제, 참여연대가 저를 ’정치검사’라고 했습니다. 정치검사라는 말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잘 보이기 위해 수사하는 검사’를 말하는 걸 텐데, 제가 20여년간 한 수사 중 ‘단 하나라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검사로 일하는 동안,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불법을 단죄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립니다.
1. 저는,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 기다리다가, 정권 바뀌어 자기들 앞에서 번호표 끊기자마자 다시 심판인 척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참여연대가 심판인 척 않고 그냥 주전선수 자격으로 말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참여연대의 3차 입장(5월12일)
사회적 강자의 불법을 단죄하기 위한 최선이 현 정부의 노조 때려잡기, 시민단체 먼지털이,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거부, 김건희 여사 수사 거부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나 지금 정부에서나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사가 없었다고 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여연대는 이전 정부에서도 그 이전 정부에서도 검찰 특권을 개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참여연대의 전직 임원 일부가 정부에 참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잘잘못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29년간 건재하며 시민의 후원금만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많은 이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현장에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주전선수입니다. 법무부 장관이야말로 특정 진영과 정권을 위한 정치를 중단하시고, 정치를 하시려거든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 옷을 벗고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영상] 경찰에 맞아 뇌진탕…“1인 모기장·팻말 가지고 있다가”
- 아빠 앞에서 버스에 치여 숨진 8살…‘내 아이 똑똑히 보세요’
- 김남국, 이태원 참사 회의 중 ‘코인’ 거래 기록…질타 7분 뒤
- 초등 수업 중 12m 건축자재 쿵…‘안전 A등급’ 부실점검 의혹
- 68살, 도서관 책 덮고 경비실로…‘노인 못 쉬는 나라’ 1위 한국
- 까도 까도 나오는 ‘김남국 코인’…고점 기준 100억대 확인
- 서울시, 청소년 둘러대더니…“퀴어축제 걸러야” 혐오 회의록
- [전문] 아이유 쪽 “표절 의혹? 이미지 흠집 내기용…책임 묻겠다”
- ‘개발특혜 의혹’ 김건희 친오빠 검찰 송치…김 여사는 무혐의
- 이 배우 ‘여자야 남자야?’ 댓글은 묻지만, 난 ‘존재’ 보여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