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시찰단, ‘시설 확인’에 방점…정부 “검증은 IAEA 권한, 신뢰 훼손 안 돼”

정부 “최고 전문가 시찰단 구성” 한다면서
“시찰단은 보고 자료 요구·질문·시설 확인”
시찰단 파견 실효성·독립성 논란 이어질 듯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가 오는 23~24일 일본에 파견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을 안전규제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해 오염수 방류 과정에 대해 안전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료 채취’와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독보적 권한이라며 현장 시찰단의 활동은 ‘관찰’과 ‘확인’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사찰단 파견의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12일 브리핑에서 시찰단의 활동 내용을 설명하며 ‘본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외교적인 명칭으로 ‘시찰’로 돼 있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히 현장에 가면 안전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자료 요구나 질문이나 시설에 대한 확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신재식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은 “현장에 가면 직접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도 볼 수 있고 로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실제로 탱크에서 어떻게 시료를 채취하는지, 알프스를 통과한 후 시료를 어떻게 분석하는지도 같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오염수 정화에 대한) 공식적인 검증과 평가는 당연히 IAEA가 주도해야 한다. 이번에 가서 우리가 또 처리수를 채취하겠다면 국제기구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실제 처리수에 대한 채취와 분석은 이미 한국 정부가 참여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했다. 일본의 오염수 관리를 검증하는 IAEA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에 한국 전문가가, 오염수 안전성 검증 과정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참여하고 있어 시찰단 차원의 추가 검증은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박 차장이 답변 중 처리수라는 표현을 쓴 것은 IAEA 기준에 맞춘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 IAEA는 알프스를 거치기 이전 상태는 오염수, 이후는 처리수라고 표현한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라고 통칭한다. 박 차장은 개인적인 판단을 전제로 “IAEA의 표현이 혹시라도 변화가 있다면 한국도 거기에 맞출지 여부는 검토는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용어 문제를 특별히 검토한 바는 없다”, “정부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차장은 ‘삼중수소에 대해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만한 효과적인 검증 방안을 갖고 있나’라는 질의에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희석해서 방류하겠다는 것”이라며 “안전성에 대해서는 여러 형태로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알프스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오염수 방류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는 시찰단을 20여명 내외로 꾸리려고 구상 중인데 여기에 민간전문가가 포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차장은 “안전규제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라면서도 “일본 측에서는 민간 전문가가 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굉장히 부정적”이라고도 했다. 시찰단 파견은 국가 대 국가의 합의 사항이어서 시찰단에 시민단체가 합류하거나 시찰 과정을 국내 언론이 취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일 외교당국은 이날 오후 국장급 회의를 열고 시찰단의 구체적인 구성과 활동 범위를 조율했다. 하지만 일본과 마주앉기도 전에 우리 정부가 시찰단의 역할을 사실상 ‘현장 확인’에 국한하고 IAEA 검증의 위상을 강조한 것이어서 국내 여론의 불안감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한·일 관계 해빙 분위기에서 시찰단이 정부측 인사들로만 구성된다면 이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이 국내 여론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IAEA가 발표한 검증보고서에는 모두 일본의 관리·감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달쯤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일본은 여름 중 방류할 가능성이 크다. 박 차장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를 강조했다. 그는 “(수입금지 조치를) 풀려면 과학적,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다 체크를 했더니 더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이 되고 국민들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셔야지, 그렇지 않다면 그 전에 이 문제를 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