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전 사장 사의 표명… 한전 "여의도빌딩 매각·임금동결" 25.7조원 자구안

김범수 2023. 5. 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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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로 한전의 누적 적자가 역대급으로 커지면서 사퇴 압박에 따른 행동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전은 이날 총 25조원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구방안을 발표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 사장. 뉴시스
정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12일) 자로 한국전력공사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당분간 한국전력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다가오는 여름철 비상전력 수급의 안정적 운영과 작업현장 산업재해 예방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사장은 “전기요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전력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절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해 오늘 발표한 자구노력 및 경영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정 사장은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된다”며 “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한전채 발행 증가로 금융시장 왜곡과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감안해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정치권은 그동안 전 정부 때 임명된 정 사장이 한전의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정 사장은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며 사퇴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퇴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문재인정부 당시 2021년 5월 한전 사장에 임명됐지만, 임기 내 한전 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는 이유로 정치권 등에서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정 사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수행 경제인 명단에 포함됐다가 출국 직전에 빠지기도 했다.

아울러 한전은 이날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정승일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여의도 남서울본부 빌딩 등 부동산 자산 매각,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추진 등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자구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재정건전화 계획에서 5조6000억원 더 커진 규모다.

지난 2021∼2022년 한전의 누적 적자가 38조원을 넘기면서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 이전에 한전이 고강도 자구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요구했다.

한전은 합산 가치가 조단위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매각 추진을 자구안에 새로 포함했다.

한국전력 1분기 실적 공개를 앞둔 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그동안 이 건물은 지하에 변전 시설이 있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여당의 실효성 있는 추가 자구안 마련 압박 속에서 한전은 변전 시설을 제외한 상층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밖에 한전은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3개층 등 전국 10개 사옥의 외부 임대를 추진해 추가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의 방안도 새롭게 담겼다.

한전 및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10개 자회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 4436명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한다. 3급(차장급)은 4030명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한다는 계획이다.

또 ‘노조와 임금 동결 및 인상분에 관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내용도 자구안에 담겨 6만2000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분을 반납하는 방안이 추가로 추진된다.

아울러 전국 18개 지역본부 산하 234개이던 지역사무소를 주요 거점 도시 중심으로 조정하고, 지역 단위 통합 업무센터를 운영하는 등 조직을 축소 운용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도 새 자구안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한전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6조1776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7869억원) 대비 적자 폭이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21조59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했다. 순손실은 4조9112억원으로 적자 폭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3조원을 넘어섰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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