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해저드볼도 훔치면 절도죄"…15만개 훔친 일당 검찰행

대법원 판례상 절도죄로 인정…서귀포경찰서, 특수절도 혐의로 2명 검찰 송치

범행 당시 모습. 서귀포경찰서 제공

'엄연히 골프공의 주인은 그곳을 이용한 고객들이다. 고객들이 주워가지 않은 거면 버린 거다. 오히려 골프공을 치워준 거라면 고맙다고 해도 부족할 판에, 이게 왜 훔친 게 되느냐.'

지난 7일 제주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도민의 글이다. 언론 보도로 경찰이 도내 골프장 워터해저드에 빠진 골프공 15만 개를 훔친 일당을 붙잡은 사실이 알려지자 글을 올린 것이다. 언론 기사 댓글에도 이와 비슷한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과연 골프장 로스트볼을 훔쳐도 죄가 안 될까. 

우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워터해저드에 빠진 골프공처럼 분실물이어도 원래 골프공의 주인이 그 위치를 알고 찾아올 수 있으면 여전히 주인에게 점유가 인정돼 점유이탈물이 아니다.

다만 골프공 주인이 골프공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점유이탈물이 된다. 하지만 잃어버린 장소가 골프장처럼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있는 장소라면 두고 온 물건은 그 장소의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쉽게 말해 여관에 두고 온 시계는 여관 주인의 점유에 있다는 것이다.

도내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보면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골프장과 같이 다른 사람의 관리 아래에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은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이를 관리자가 아닌 제3자가 훔칠 경우 유실물횡령이 아닌 절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3월부터 6월 사이 경기와 충북에 있는 골프장 워터해저드 안에 들어간 뒤 뜰채 등을 이용해 골프공 1300여 개를 훔친 40대 남성 2명 역시 '특수절도죄'로 처벌받았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귀포경찰서 박종남 형사과장은 "골프장 차원에서 해저드에 빠진 골프공을 정기적으로 수거해 가는 사람이 있다. 로스트볼의 관리와 소유권은 골프장에 있다.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 청구에 이어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차량 압수수색 당시 모습. 서귀포경찰서 제공

앞서 지난 10일 서귀포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60)씨 등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4일 제주지방법원은 주범 A씨에 대해서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제주지역 골프장 20여 곳을 돌며 골프코스 워터해저드에 빠진 골프공 15만개를 건져내 챙긴 혐의다. 경비가 느슨한 심야시간대를 이용해 훔쳤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미리 준비해 간 잠수복과 가슴 장화 등을 착용하고 골프코스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긴 집게 모양의 골프공 회수기로 바닥에 있는 공을 하나씩 건져냈다. 이들은 이렇게 훔친 골프공을 1개당 200원씩 받고 팔아 모두 30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로부터 골프공을 사들인 B씨 등 2명은 골프장에서 훔친 물건임을 알고도 흠집 정도와 코팅 상태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눈 뒤 상태가 좋은 공의 경우 10개에 1만 원을 받고 되판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골프공을 사들인 B씨 등 2명에 대해서도 장물취득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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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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