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순간, 절묘하게 가려” 단톡방에 몰카 유포한 남성, 직업은 ‘청원경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폭로글 올라와
구청 노조 “여직원들이 불안감 호소해”

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헬스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뒤 이를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남성이 온라인 공간에서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 남성의 직업, 다름 아닌 청원경찰이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서울 강남구청 청원경찰 A씨의 과거 행각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2021년 학동역 인근의 한 헬스장에서 여성의 얼굴과 다리, 상체 등이 담긴 사진 2장을 몰래 찍어 청원경찰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그는 “찍는 순간 절묘하게 가렸네요. 일부로 구도 잡고 찍어보려 했는데ㅋㅋ”, “구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클래스”, “월화수목금토일 한 명씩 만나보고 싶다”, “여자가 레깅스 입고 엎드려서 하체 운동을 하는데 엉덩이골이...” 등 성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다른 청원경찰이 “맘에 들면 예쁜 애들 앞에서 바지 한 번씩 내려. 그러면 경찰서에서 매일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답하자, A씨는 “생각도 못 한 꿀팁! 실행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글을 블라인드에 올린 작성자는 A씨에게 “넌 안 되겠더라. 몰카(불법 촬영) 찍어대고 자랑인 것처럼 품평하듯 으스대는 것 꼴 보기도 싫다.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힐끔 보면서 네 맘대로 품평회를 여는 것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구청 청사에서 구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청원경찰이 오히려 불법 행위를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강남구청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며 구청 청사의 경비·방호 업무를 맡아왔다. 청원경찰은 업무상 여성 화장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여성 숙직실 폐쇄회로(CC)TV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내용이 퍼지자, 강남구청 여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7일 구청에 A씨 비위 문제를 공론화했고, 해당 구청 감사실과 총무과는 조사 끝에 A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아울러 지난 5일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고, 10일 A씨를 직위 해제했다.

A씨는 조사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대화는 2021년쯤 주고받은 것이고, 현재 해당 대화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은 “A씨의 추가 범행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하는 사항이지만, 구청 안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남구청 노조 관계자는 “강남구청 직원 10명 중 7명이 여성이라 다들 불안해했다”면서 “노조 게시판에 해당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린 것도 여성숙직자들이 A씨와 함께 당직을 못 서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