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명한 부하들이 왜 나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가” [책의향기 온라인]
신석호 기자 2023. 5.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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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뒤를 다퉜던 유방과 항우.
"저자는 항우의 비극에 대해 '비협조적 게임'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비협조적 게임이란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개인들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분명 항우가 임명해 왕이 된 자들인데, 항우를 돕지 않고 유방의 편에 서서 싸운 것은 이미 왕이라는 자리로 포상을 받은 터라 더 이상 항우에게서는 받을 것이 없는 반면,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새로 논공행상을 한다면 더 큰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우는 부하가 충성하는 것은 내가 승진시켜준 데 대해 감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또 승진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이 책의 무엇이 특별한가?역사 속 패자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댄 경제학 서적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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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한순구 지음/328쪽·1만9000원·삼성글로벌리서치
중국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뒤를 다퉜던 유방과 항우. 항우는 유방을 상대로 거의 모든 전투에서 이긴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패해 결국 전쟁에서 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했지만 ‘토사구팽’의 신세가 되는 한신, 소련의 개혁개방을 주도하다 본의가 아니게 소련 제국의 붕괴를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마찬가지로 비운의 역사적 인물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고대 중국과 한반도 삼국시대, 로마제국과 조선왕조와 막부시대 일본, 대혁명 시절 프랑스와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등 동서고금 13개 역사적 사건에 등장하는 비운의 패배자들에겐 어떤 점이 부족했을까.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적용하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한 문단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아는 것처럼 항우가 진 가장 큰 원인은 그가 세운 왕들이 경쟁자인 유방을 위해서 싸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해석은 이렇다.
“저자는 항우의 비극에 대해 ‘비협조적 게임’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비협조적 게임이란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개인들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분명 항우가 임명해 왕이 된 자들인데, 항우를 돕지 않고 유방의 편에 서서 싸운 것은 이미 왕이라는 자리로 포상을 받은 터라 더 이상 항우에게서는 받을 것이 없는 반면,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새로 논공행상을 한다면 더 큰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우는 부하가 충성하는 것은 내가 승진시켜준 데 대해 감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또 승진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무엇이 특별한가?
역사 속 패자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댄 경제학 서적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항우와 유방의 일생을 통한 경쟁은 ‘초한지’로 전수되어 왔다. 이를 근거로 많은 해설서와 리더십 책이 나왔지만 대부분 승자인 유방을 조명해왔다. 항우로 시작해 한신, 로마의 원로원, 당태종 이세민, 나당 연합군에 멸망한 고구려와 백제, 가마쿠라 막부 등 명멸한 일본 사무라이들…, 한 때 세상을 호령하다 졸지에 몰락한 패자들에게서 교훈을 찾으려 했다는 역발상이 돋보인다.
이들의 패인을 경제학 특히 게임이론으로 설명하는 시도가 신선하다. 경제학자가 역사를 공부하면 이렇게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독자들은 저자가 꼽은 13가지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개괄적으로 접하면서 동시에 게임이론이라는 경제학의 다양한 이론과 개념들도 소개받을 수 있다. 역사에 해박한 독자들은 게임이론의 신박한 해석을, 역사 입문자들에게는 동서고금의 역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제공하는 책이다.
떴다 진 인물들의 일생 속에서 삶을 전략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조직과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이 읽어야 할 처세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누구?
저자인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교수와 게임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드루 푸덴버그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이후 게임이론과 법경제학을 전공해 왔다. 저서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경제학 비타민’ ‘인생경제학’ 등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뒤를 다퉜던 유방과 항우. 항우는 유방을 상대로 거의 모든 전투에서 이긴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패해 결국 전쟁에서 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했지만 ‘토사구팽’의 신세가 되는 한신, 소련의 개혁개방을 주도하다 본의가 아니게 소련 제국의 붕괴를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마찬가지로 비운의 역사적 인물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고대 중국과 한반도 삼국시대, 로마제국과 조선왕조와 막부시대 일본, 대혁명 시절 프랑스와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등 동서고금 13개 역사적 사건에 등장하는 비운의 패배자들에겐 어떤 점이 부족했을까.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적용하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한 문단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아는 것처럼 항우가 진 가장 큰 원인은 그가 세운 왕들이 경쟁자인 유방을 위해서 싸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해석은 이렇다.
“저자는 항우의 비극에 대해 ‘비협조적 게임’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비협조적 게임이란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개인들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분명 항우가 임명해 왕이 된 자들인데, 항우를 돕지 않고 유방의 편에 서서 싸운 것은 이미 왕이라는 자리로 포상을 받은 터라 더 이상 항우에게서는 받을 것이 없는 반면,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새로 논공행상을 한다면 더 큰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우는 부하가 충성하는 것은 내가 승진시켜준 데 대해 감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또 승진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무엇이 특별한가?
역사 속 패자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댄 경제학 서적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항우와 유방의 일생을 통한 경쟁은 ‘초한지’로 전수되어 왔다. 이를 근거로 많은 해설서와 리더십 책이 나왔지만 대부분 승자인 유방을 조명해왔다. 항우로 시작해 한신, 로마의 원로원, 당태종 이세민, 나당 연합군에 멸망한 고구려와 백제, 가마쿠라 막부 등 명멸한 일본 사무라이들…, 한 때 세상을 호령하다 졸지에 몰락한 패자들에게서 교훈을 찾으려 했다는 역발상이 돋보인다.
이들의 패인을 경제학 특히 게임이론으로 설명하는 시도가 신선하다. 경제학자가 역사를 공부하면 이렇게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독자들은 저자가 꼽은 13가지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개괄적으로 접하면서 동시에 게임이론이라는 경제학의 다양한 이론과 개념들도 소개받을 수 있다. 역사에 해박한 독자들은 게임이론의 신박한 해석을, 역사 입문자들에게는 동서고금의 역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제공하는 책이다.
떴다 진 인물들의 일생 속에서 삶을 전략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조직과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이 읽어야 할 처세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누구?
저자인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교수와 게임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드루 푸덴버그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이후 게임이론과 법경제학을 전공해 왔다. 저서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경제학 비타민’ ‘인생경제학’ 등이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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