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해양, 해조류 우거진 바다숲이 책임진다”

염창현 기자 2023. 5. 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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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본원 둔 한국수산자원공단, 역점 사업으로 추진
갯녹음 확산 막기 위해 자연 암반에 다년생 바다 식물 이식
2030년까지 540㎢ 만들어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 구축

‘바다에 나무를 심는다’ ‘바다에 숲을 만든다’라는 말을 일반인이 듣는다면 무슨 생각을 먼저 할까. 대부분은 바다에 어떻게 나무가 자라며 숲이 존재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가질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육상에서의 산림 조성과 마찬가지로 바다를 푸르게 가꾸는 사업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10년 전부터다. 정부는 지난 2013년에 세계 최초로 5월 10일을 법정기념일인 ‘바다식목일’을 지정했다.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바다숲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행사는 지난 10일 제주에서 열렸다. 바다숲 조성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제41호)로 설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지원 아래 부산에 본원을 둔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맡아서 진행한다. 바다숲 조성이 시작된 이유는 갯녹음의 확산 때문이다. ‘바다 사막화’라고도 불리는 갯녹음은 연안 암반에 서식하는 해조류가 소실되는 대신 그 자리에 석회조류 등이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바다 생물의 종 다양성이 점차 감소해 결국에는 해양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갯녹음 원인은 수온 상승과 과도한 연안 개발 등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가 바다숲 조성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 암반 위에서 자라고 있는 다년생 해조류.
지난 10일 제주도에서 제11회 바다식목일 행사가 열리고 있다. 유공자를 격려하고 있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해수부 공동취재단 제공

우리나라에서 바다 사막화는 1990년대 동해안과 제주지역에서 처음 보고됐다. 당시에는 우연히 생긴 자연 현상으로 여겼으나 갈수록 면적이 확대되면서 바다를 망치는 주범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바다숲 조성으로 갯녹음 확산에 대응하기로 했다.

사업은 해역별로 적정한 장소를 선정, 자연 암반에 달라붙은 유해 물질이나 성분을 걷어낸 뒤 감태, 모자반, 곰피 등 다년생 해조류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적당한 암반이 없는 곳에서는 친환경적인 인공 구조물을 투하해 해조류를 부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바닷속에 가라앉은 폐어구를 수거해 수중생물들의 폐사를 막는 것도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다숲은 수상 생물에 서식처 제공. 온실가스(CO2) 저감, 청정바이오 에너지원 공급, 오염물질 정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동안 공단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연안 228곳에 291.8㎢의 바다숲을 만들었다. 올해에는 17곳에서 25.4㎢가 만들어진다. 2030년까지의 목표치는 540㎢다.

처음에는 이 사업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예산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바다숲 조성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해당 지역의 평균 해조류 총량은 2018년 515g/㎡에서 2022년 983g/㎡로 늘었고 종 다양성 지수도 2019년 2.24에서 지난해서는 2.64로 증가했다. 반면 바다 사막화 면적은 2016년 164.9㎢에서 2021년에는 150.4㎢로 줄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의 바다숲 조성으로 연간 9만8000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자동차 4만 대(1대당 약 2.4t)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또 바다숲 1㎢당 연간 수산물 잠재 생산력은 58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이 만든 바다숲 291.8㎢는 연간 1조7000억 원의 생태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공단은 바다숲의 사후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해조류 및 무척추동물의 사전·사후 증감률에 따라 바다숲을 A, B, C 등 세 등급으로 나눈 뒤 적절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동안 환경단체 등의 지적을 받았던 콘크리트 구조물 투하를 줄이는 대신 되도록 자연 암반을 수중 생물 서식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인공어초 등과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 투입 비율은 2019년 24.4%였으나 지난 2021년에는 11.5%까지 줄어든 상태다.

스마트화 및 민간기업과 제휴, 국민 참여 확대 등도 공단의 향후 계획에 담겨 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와 효성그룹은 지난 10일 해수부 및 공단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기업은 탄소 배출 저감 노력 동참, 친환경 사업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정착, 블루카본(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갯벌 등의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협의체 참여 등으로 바다숲 조성에 발걸음을 함께한다. 현대자동차는 2027년까지 20억 원, 효성그룹은 6억5000만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공단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바다숲 조성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인증 획득을 추진한다. 특히 ‘2050 탄소중립선언’(COP25)의 의제 상정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지난 10일 제주에서 열린 바다식목일 기념식에서 “바다숲은 광합성을 통해 해양생물에 산소를 공급하고 물고기에서 산란 서식장을 제공하는 등 기후위기에 처한 우리 바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2050 탄소중립의 한 축이자, 국정과제로 제시된 이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춘우 공단 이사장도 “후손에게 건강한 바다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 도입으로 바다숲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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