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부자 세금 깎는데 서민은" 연일 공격하더니…`코인부자`는 괜찮나
'부동산 투기' 비판 앞장서던 민주당…상장전 코인 대량 보유는 투기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표가 되고 난 후 '민생'을 언급할 때마다 "초부자 세금은 깎아주면서"라는 말을 붙여왔다. 지난 11일 학자금 지원법 추진에 대해서는 "초부자 세금은 깎아주면서 대학생 이자 면제는 반대하고 있다"고 했고, 전세 사기 특별법 입법을 촉구하면서는 "초부자들에게는 수십조원씩 세금 깎아주면서 전세 사기 피해자 선 구제를 망설이는 것은 참으로 못된 태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윤석열 정부 1주년 평가 토론회에서는 "초대기업과 초부자들에게 90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국민에게는 50만원 대출에 15.9%라는, 사채업자를 넘어서는 초고금리 이자를 부과하는 것이 현 정부의 현실"이라는 말도 했다. 초부자와 서민으로 국민을 가른 뒤, 부자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표로 치환하겠다는 오랜 진보야당의 레토릭을 착실히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부도덕한 부자'를 함께 비판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공유하고, 이들이 단단하게 결속하면서 고정투표층이나 팬덤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민주당의 공격은 '법을 지키는 서민들은 자기 능력으로 근면 성실하게 생활해도 좀처럼 삶이 나아지지 않지만, 부자들은 자신의 능력이 아닌 부도덕한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며 자신의 부를 유지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불특정 기업가에 대한 공격이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보이지만 TV·방송 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여러 차례 입증한 기업가나 납세를 착실하게 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공급한 '착한 기업'들에게서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민주당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가상화폐, 소위 '코인'으로 부자가 된 인물에 대해서는 좀처럼 회초리를 들지 못하고 있다. 평생을 서민으로 살아왔다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대량의 코인을 상장되기 전 대량으로 보유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로 사실관계 파악에 바쁜 모습이다. 이 대표도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이 '김 의원 이해충돌 논란'에 대해 묻자 "그다음 질문도 아마 있을 것 같아서"라면서 "이제 조작과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진실과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저는 단 한 푼의 이익도, 어떤 혜택도 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대장동 재판 첫날인 만큼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애써 답변을 피한 셈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묻는 질문에도 "민주당에서 제안 드린 대로 가상자산도 전부 재산신고대상으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코인 매각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 또한 김 의원 사건에 대해 후속 대책으로 재산공개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코인보유가 만일 재산 신고 대상이었다면, 과연 당시에는 논란이 없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은 착실하게 납세하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면 비판하지 않는다.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옳지 않다고 비판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김 의원 논란 또한 김 의원이 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했다는 점 자체를 문제 삼을 사람은 많지 않다. 관건은 현재까지 자연스럽게 설명되지 않는 '전 재산을 걸어 코인 보유를 결심한 배경'(미공개 정보 활용 등 이해충돌 여부)이나 투명하지 않은 해명으로 인한 코인 보유 과정 의혹, 축적한 코인 재산이 적법하게 사용됐는지(검찰은 김 의원의 가상 자산 흐름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2차례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등이다.
민주당만 풀어야 하는 숙제가 또 하나 있다. '이번 김 의원의 코인 보유는 투자인가 투기인가, 그리고 코인 투기는 나쁜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문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당시 '투기꾼'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지목하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만일 폭등세가 예측됐던 당시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들인 사람들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면, 김 의원의 상장 전 대량 코인 보유도 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민주당의 '신중한 입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는데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귀국하고 탈당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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