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독특하면서도 일관된 언론장악 프로젝트 진행"
윤석열 정권이 독특하면서도 일관된 방식으로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한국영상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권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 토론회에선 노골적이었던 예전의 언론장악 수법과 달리 현 정부가 1~4단계에 걸쳐 언론 폄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언론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준형 전국언론노조 전문위원은 “윤석열 정권이 더 이상 유지 불가능한 체제의 민낯을 노동 혹은 언론에 대한 공세로 가리려 하고 있다”며 현 정권의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1단계: 언론장악 전력 인사기용과 관변단체 급조 △2단계: 싸움 걸기 △3단계: 법과 질서 전략 △4단계: 재원 구조 압박과 공공성 해체 시도로 구분했다.
이준형 위원은 “김재철 MBC 사장의 입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이진숙씨가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맡고,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에서 언론 장악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이동관씨가 윤석열 선대위, 인수위, 대통령실을 거치며 미디어 관련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김장겸이나 고대영 같이 박근혜 정부에서 방송 장악에 성공했던 사장들도 지금 정치권 외곽에서 관변단체에 힘을 실으며 정부 여당 메시지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엔 비판적인 보도를 한 개별 언론사들에 치졸하다 싶을 정도의 고발과 소송을 남발하거나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방식으로 언론에 싸움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권이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도 열심히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례없는 감사원 장기 감사를 포함해 공영방송에 대한 전 방위적인 압박을 펼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짜뉴스’ 타령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4단계가 이번 정권의 가장 특징적인 전술인데, 바로 공영방송과 준공영방송의 재원구조를 흔드는 것”이라며 KBS 수신료 분리징수 여론몰이와 YTN 민영화 시도, TBS 조례안 폐지를 사례로 들었다.
이 위원은 “신보수 집권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명박-박근혜 집권기의 언론장악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장악하고 낙하산 사장을 투입하는 등 인사와 인맥을 중심으로 한 전략이었다”며 “지금은 낮은 대통령 지지율과 여소야대 국회 상황, 시민사회의 정치에 대한 냉소 등의 조건 때문에 언론장악 프로젝트가 좀 독특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점차 하락하고 포퓰리즘적인 정치 구도가 심화되면서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과 태도 또한 전과 굉장히 달라서 언론장악에 대한 반발 동력도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수신료 분리징수와 같은 포퓰리즘적인 의제를 던지며 언론과 시민사회 간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정파적인 저널리즘의 틈바구니에서 공공적이고 비판적인 저널리즘 공론장의 가치 복구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적·비판적 저널리즘이란 어떠한 권력과도 거리를 두고 언론 스스로의 권력화로부터도 비판적 거리를 두는 저널리즘이며, 그런 언론의 자기 기준의 재구성과 그에 대한 확신 속에서만 시민사회와 언론 간 공적인 유대가 창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인들의 연대·저항과 함께 스스로의 성찰도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프로젝트에 맞설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먼저 언론인들이 연대해 언론장악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준영 협회장은 “기자들, 언론사가 현 상황과 구조에 대해 너무 의기소침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전용기 탑승 논란 때도 취재 거부가 합의됐다가 내부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깨진 걸로 알고 있는데 한 언론인, 한 언론사의 위기는 내가 외면한다고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문제가 결국 나중에 나의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자극을 받고, 지금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인 황하영 동부산업(주) 회장을 취재했다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창섭 UPI 기자도 “당장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 전체 언론이 좀 더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법원이나 검찰, 경찰이 수사에 부담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 역시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며 “언론인들이 좀 일치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이 정파성 문제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얼마나 우리가 객관적으로 보도를 하려고 했는지 언론 스스로 내부적인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매 정권마다 언론장악 시도가 왜 반복되는지를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며, 언론이 정말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석태 교수는 “한국 언론과 정치권력 사이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정치권력 쪽에서만 찾는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 사회 전반의 정파성은 언론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고, 어떤 의미에선 언론이 가장 치열한 정파적 갈등의 전선으로 비치기도 한다”며 “결국 언론이 정치권력의 통제 시도는 물론 소비자들의 폄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높은 품질의 보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언론 스스로 먼저 독립적이어야 하며 오로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철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도 “언론 자유가 추락하고 위축되는 사례는 쌓이는데 시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 그 갭이 뭘까 고민했다”며 “혹시 우리가 말하는 언론 자유 위축이 언론사 특권의 위축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말하면 지금 우리 제도권 언론사들이 시민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대변하고 강도 높게 대리해주고 있는 것인지 반성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런 방식의 어떤 연대나 언론사들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호하는 노력이 원론적으론 더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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