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α 증발' 손혁 단장과 프런트는 왜 수베로 경질 뒤에 숨나?

이형주 기자 2023. 5.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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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손혁 단장(우측). 사진┃뉴시스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경질이 옳으냐 그르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핵심은 왜 손혁 단장과 프런트가 과실을 외면하고 책임지는 일 없이 숨냐다.

한화 이글스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구단의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이다. 지난 2021시즌부터 팀을 이끈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는 계약을 해지했다"라고 전했다.

수베로 감독이 경질될만했냐에는 갑론을박이 있다. 올 시즌 한정 기대하던 모습을 보였냐라는 질문에는 이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경질했어야 한다', '올 시즌까지는 봤어야 한다' 양 측 의견 모두 납득할 수 있다. 때문에 경질 정당성에 대해서는 견실한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경질 시점부터 해서 납득하기 힘든 면 투성이다. 부진하고 운영도 좋지 못하던 4월이 아닌 최근 5승 1패로 반등하던 시점에 경질을 단행한 것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실책을 저지른 손혁 단장과 프런트는 책임 없이 수베로 감독의 경질에 숨고 있느냐다.

수베로 감독이 올 시즌에 돌입하기 전에 치른 지난 두 시즌은 도약을 위한 리빌딩의 시기였다. 무너져 있는 팀을 단기간에 바꿔놓기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을 위시한 스태프들이나, 단장을 위시한 프런트들 모두 이것에 집중했다. 수베로 감독은 투구수 조절로 젊은 투수들의 어깨를 관리하고, 젊은 타자들을 적극적으로 출전시키는 등 열심히였다.

한화 이글스서 경질된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 사진┃뉴시스

하지만 올 시즌의 경우에는 성격이 달렸다. 계약 마지막 해인 수베로 감독과 스태프들도 2년간 모아왔던 힘을 발산하고자하는 욕구가 있었다. 프런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손혁 단장이 취임하게 된 이유도 그런 취지였다. 한화 그룹 역시 채은성 영입에 90억을 투자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에는 유망주 육성,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강화, 신인 드래프트서 보석 발굴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이자, 지름길은 외국인 선수를 잘 뽑는 것이다. 2명의 투수와 1명의 타자로 이뤄지는 외국인 선수 구성을 잘 하면 그 시즌이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선수들 자체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잘 돌아주느냐 아니냐는 해당 시즌 팀의 투수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외국인 타자의 우산 효과가 있냐 없냐는 해당 팀의 야수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외국인 선수 선발이 1년 농사를 결정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한화는 이전에 재러드 호잉의 활약으로 팀이 신바람을 낸 적이 있고, 그 효과를 어느 팀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중요한 외국인 선수 선발 결정권자는 '단장'이다. 물론 스카우트들, 코칭 스태프들의 의견도 청취한다. 하지만 선발 결정권자가 단장이기에 그에 따른 책임도 단장이 진다.

올 시즌 한화의 외국인 선발은 최악에 가까웠다. 직전 시즌 후 재계약을 했으며, 평이한 성적을 기록 중인 페냐는 논외로 하고 새로 선발한 투수 버치 스미스,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 선발은 최악이었다.

스미스는 개막전 한 경기만 치르고 의심스러운 통증을 주장하다 짐을 쌌다. 오그레디는 외국인 타자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성적이며, 출전하는 날에는 아웃카운트만 상대 팀에 적립해준다. 손혁 단장이 외국인 선수 선발을 망치며 수베로 감독의 팔다리를 자른 격이다. 두 선수의 부진은 그 자체로 악재일 뿐 아니라 선수단에 부담을 준다는 면에서 최악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시즌 전 우려에도 두 선수 영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가 손혁 단장이라는 것이다. 스미스는 한국행 이전에도 부상 이력과 워크에식 미흡으로 지적받았고, 오그레디의 경우 실패에 대한 우려들이 있었다. 각종 SNS 채널에서 이를 적극 반론하던 이가 손혁 단장이었는데, 결국 결과는 우려 대로 됐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 사진┃뉴시스

스미스가 총액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오그레디가 90만 달러(한화 약 12억)에 대체 투수로 온 리카르도 산체스가 40만 달러(한화 약 5억)다. 이미 30억에 오그레디를 대체하면 돈이 더 들어간다. 그 뿐인가? 비공개인 수베로 감독 그리고 코칭 스태프의 잔여 연봉에 3년 14억 계약을 맺은 최원호 감독의 1년치 연봉 4억 가량. 정리하면 30억 기본에 +α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다. 이것이 손혁 단장과 프런트의 실패로 지출하게 된. 아니 증발하게 된 비용이다.

3년 계약을 맺으며 수베로 감독에게 리빌딩을 부탁했던 한화는 이제는 이기는 야구를 하지 못함을 수베로 감독의 경질 이유로 꼽는다. 한화 레전드 김태균은 과거 구단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에서 "난 구단 프런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다른 잘하는 구단에 반해 구단(프런트)에 매뉴얼이 없나 의문이 들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리빌딩을 말하더니 성적을 못해 경질. 수베로의 능력과 별개로 김태균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 매뉴얼이 없는 프런트를 비판했던 김태균(우측). 상황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왓차의 한화이글스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 캡처

이번 경질은 선수들의 온전한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김서현, 강재민 등의 선수는 수베로 감독의 경질 이후 감사함을 표현하는 글을 적으며 은사가 떠나가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일부 한화 팬들은 제보를 통해 "KBO 프로야구단 한화가 리빌딩을 끝내고 반등하기만을 간절하게 염원하는 팬들이다. 한화라는 '우리' 팀에 많은 구단 내외 인사들이 우려의 목소리가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감독 및 코치 선임, 선수 영입 등의 방면에서 한화이글스가 안일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팬들은 단순히 제보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경질에 OK라 답변할 수 있다. 하지만 손혁 단장과 프런트의 책임은 진정 없나? 기본 30억에 이를 훨씬 상회하는 돈을 쓰고도 수베로의 팔 다리를 묶은 책임은 지지 않나? 공부하는 지도자 최원호 감독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손혁 단장과 프런트의 과실은 덮이지 않는다. 왜 책임지지 않고 숨을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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