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으르렁 그랬냐’는 듯…중국·호주 관계개선 ‘훈풍’
중국 외교부장 7월 호주 방문
무역 갈등 등으로 얼어붙었던 중국과 호주 관계가 완연한 해빙기를 맞았다. 호주 통상장관이 4년 만에 중국을 찾아 양국 간 무역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고, 오는 7월에는 중국 외교부장이 호주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에 도착한 돈 파렐 호주 통상장관은 12일 베이징에서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무역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파렐 장관은 베이징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왕 부장과 호주의 대중국 수출 전면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양측 사이에 선의를 확인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평화를 확보하는 데 있어 호주와 중국의 강력한 무역 관계 이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통상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그 사이 양국은 심각한 무역 갈등을 겪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던 호주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G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하고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그 기원에 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국은 이후 호주의 대중 강경 노선에 맞서 석탄과 소고기, 목재, 와인, 바닷가재 등 각종 호주산 수입 품목에 대한 비공식적인 금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무역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5월 앤서니 앨버니지 신임 호주 총리 취임 이후다. 앨버니지 총리는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호주 외교장관이 4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고, 올 들어 중국은 석탄을 시작으로 호주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수줴팅(束珏婷)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파렐 장관 방문을 통해 양국 지도자의 발리 회담에서의 중요한 공감대를 이행하고 양국 경제·무역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며 “서로의 경제·무역 관심사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 있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호주 경제·무역의 실질적 협력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의 훈풍 속에서 오는 7월에는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호주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친 부장이 지난해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7월에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또 중국 측 초청에 따라 오는 9~10월에는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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