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젤다 신작에 연출된 역대급 오픈런
"오픈런도 게임 닮은 건가? 지상과 지하 루트 양쪽에서 펼쳐진 치열한 눈치 싸움"
지금까지 수많은 오픈런을 경험했지만 닌텐도 신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오픈런은 정말 오랫동안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전작 최다 GOTY 수상, 오픈 전 메타스코어 96점을 받은 작품이라 그런지 그 어떤 게임보다 치열한 오픈런이 펼쳐졌다.
단순히 오래 기다려야 하는 오픈런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불안하면 전날 밤부터 입구 앞에서 대기하면 해결된다. 최근 로스트아크 이디야 부산 팝업스토어도 새벽 4시부터 줄을 섰다. 날씨가 추웠지만 시간만 지나가면 해결되는 거니까 심적으로 고생하지 않았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컬렉터즈 에디션을 사기 위해 방문한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달랐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컬렉터즈 에디션은 12일 일렉트로마트 일부 지점, 일산 킨텍스 플레이 엑스포 닌텐도 부스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 예약 판매 당시 구매하지 못한 기자도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컬렉터즈 에디션을 구매하기 위해 오전 7시에 길을 나섰다.
가장 가까운 매장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였다. 커뮤니티에 오픈런 이야기가 공유됐다. 치열한 곳도 여유로운 곳도 있었다. 게시물들을 보고 불안했지만 "평일인데 설마 사람이 많겠어"라며 여유롭게 걸어갔다. 역시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0명 정도 사람들이 이미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일렉트로마트는 지하 1층에 있다. 타임스퀘어 오픈 시간은 10시 30분이지만 일렉트로마트와 이마트는 특별하게 10시 오픈이다. 문제는 일렉트로마트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데 입구가 2개다. 일렉트로마트와 가까운 지하 입구(11번 출구),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직행할 수 있는 정문 입구(3번 출구)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 지 계속 고민하다가 동료 기자가 지하 1층으로 이동했다. "누군가는 성공하겠지"라는 마인드다.
지하 1층에도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가 2개니까 지인과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은 서로 오가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마치 수색꾼의 탐색전과 같았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하이랄 왕국과 함께 하늘 섬, 지하 동굴까지 탐험 공간이 확대됐다. 오픈런도 게임 성향과 비슷한 건가 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타임스퀘어 보안요원에게 물어봐도 어디에 서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어느 입구가 먼저 열릴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커뮤니티에서 지점마다 매물 상황이 공유됐다. 대부분 20~30개 정도였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점은 매물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기자는 많은데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더 불안감에 쌓였다.
9시 50분 일렉트로마트로 가는 길이 오픈됐다. 지하 루트가 더 빠르게 열렸다. 오픈하자마자 대기자들이 입구까지 달려갔다. 뒤늦게 오픈된 1층 루트에 기다리던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대기열을 향해 뛰어갔다. 짧은 시간인데 정말 치열했다. 지하에 몰래 들어갔다가 안전 요원에게 적발되어 쫒겨난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안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오픈런하기엔 구조적으로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에 신경 쓴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여성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의 노고를 알아준 사람들은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물량은 대략 70개 정도였다. 직원들 설명에 따르면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점이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일렉트로마트 앞에서 번호표를 나눠줬다. 번호표를 받은 사람만 구매할 수 있다. 다행히 동료 기자도 구매했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닌텐도 스위치도 함께 구매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매장에선 이미 지하 루트에서 대기하라고 공지되어 있었다. 물론 미리 매장을 방문했던 사람들만 알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알 수 있도록 접근성 향상이 필요해 보인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점에서 게임 타이틀 외에 다른 IT 기기 오픈런도 많이 진행된다. 오픈런에 참여한다면 정문보다 지하 루트에서 믿고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컬렉터즈 에디션 오프라인 구매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14일까지 개최되는 플레이 엑스포에서 매일 일정 수량 판매될 예정이다. 함께 기다렸던 사람들도 "여기서 실패하면 내일 플레이 엑스포를 아침 일찍 방문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런을 성공해서 그런가.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컬렉터즈 에디션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13만9800원 컬렉터즈 에디션이라 장황한 구성품은 없다. 개인적으로 스틸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트북 퀄리티는 조금 아쉽다. 더군다나 일본어다. 일본판 컬렉터즈 에디션을 구매해도 상관 없지 않았을까.
다른 오픈런보다 인원은 적었지만 그 어떤 오픈런보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컬렉터즈 에디션 오픈런. 이번에는 물량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장판을 구매한다면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점은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moon@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