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나가고 임금 줄반납.. 이제 요금만 올리면" 그러다 '폭탄' 고지서, 왜?
'7원, 5%' 인상 유력.. 4인 가구 2,449원 추가 부담
적자 해소 등 한계.. 2·3분기 추가 인상 사실상 불가능
'냉방비 폭탄' 한꺼번에 닥칠 수도.. "사전 신호 필요"
분기 절반이 지날 때까지 지지부진하던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이 조만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정이 전기요금 인상 전 국민 설득에 필요하다며 한전의 자구책 제출을 압박하면서, 한국전력이 오늘(12일) 그 결과를 내놨습니다.
더불어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책임을 지고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오늘(12일) 정 사장은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 발표한 직후에 전격 사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내년 5월까지인 임기 1년여를 남겨둔 시점입니다.
그간 국민의힘 등 여권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말 임명된 정 사장이 자구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며 공개퇴진을 주장해 왔습니다.
또 한전의 태양광 사업 부실과 직원 비위 의혹에 이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전공대 출연금 전면 재검토 등 입장을 내놓은 것 역시도 이번 사의 표명에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전의 자구책은 크게 사옥 매각과 임금 동결, 인력 효율화 방안 등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기존 20조 1,000억 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에서 5조 6,000억 원을 늘려 모두 25조 7,000억 원의 재무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과 한전 아트센터 등 10개 사옥 임대를 우선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임금 인상분 반납의 경우, 부장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인상분을 반납하고 차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 인상분은 50% 반납하는 선으로 정했습니다.
성과급은 경영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다음 달 임원급 이상의 경우엔 전액, 부장급은 50% 반납할 예정입니다.
관련해 한전 측은, 직급별 반납만 아니라 전 직원 동참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 부분은 노조와 합의가 필요한 만큼 공식적으로 동참을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전공대 출연금 축소 방안의 경우 자구책에서 빠졌습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엔, 가스수급 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업비 1조4,000억 원을 이연·축소하는 등 모두 15조4,000억 원을 절감하는 경영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앞서 가스공사는 지난 2월 연료비 미수금으로 인해 악화된 재무상황 타개를 위해 앞으로 5년 간 14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를 포함, 2급 이상 임직원들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납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체 직원의 임금 인상분 반납도 추진하기로 하고, 노조와 임금 인상분 반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임금 인상분과는 별도로 성과급도 반납할 계획입니다.
자구책 제출과 정 사장의 자신사퇴로, 다음주면 2분기 전기료 인상 추이가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정은 다음주 초, 빠르면 월요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한전과 가스공사 자구안을 따져 2분기 전기료와 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전기요금의 경우 ㎾h(킬로와트시)당 7원, 5% 올리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당정 협의 막판까지 국민 등 여론 공감대 추이에 따라 인상 폭 역시 일부 조율될 여지는 배제할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많아도 kWh당 10원 미만 한 자릿수, 7원 안팎 인상이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직전 1분기 인상 폭이 kwh당 13.1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인데 1인 가구 월 1,830원, 4인 가구는 2,440원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이 수준으로는 지난해 30조 원 넘게 적자를 낸 한전의 경우, 올해 2조 원 정도 적자 폭을 줄이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한전과 가스공사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인상 폭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 자릿수 소폭 인상이 가시화되면 정부의 하반기 요금 인상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입니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냉방비 폭탄을 우려하는 여론은 물론, 내년 총선까지 감안해 정책적으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한전·가스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의 만성 적자가 누적되고, 한꺼번에 에너지 비용을 상쇄할 '요금 폭탄'을 맞는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날이 더워지고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할 시기에 돌입하면서 사전 두 자릿수 이상 요금 인상으로 시장에 가격 신호(Signal)를 보내지 않을 경우, 추후 상당히 큰 폭의 '냉방비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소나마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2분기에 어느 수준까지는 (요금을) 올려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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