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라리 디폴트 가자"…초단기국채 역대급 폭락(종합)

김정남 2023. 5. 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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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까지 가세…부채 한도 협상 '난항'
다이먼 "디폴트 가능성 대비 '워룸' 설치"
초단기 국채금리 폭등…시장 '스트레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상윤 기자]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의 데드라인이 임박하면서 위기감이 점증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전시상황실’(war room)을 가동한다고 밝힐 정도로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미 초단기 국채금리가 폭등하면서(초단기 국채가격 폭락) 채권시장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FP)

다이먼 “디폴트 대비 ‘워룸’ 설치”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전시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며 “디폴트 가능성에 접근할수록 시장은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JP모건은 매주 전시상황실 회의를 소집하고 있으며, 오는 21일부터는 매일 3회씩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다이먼 회장은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를 만나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공화당이 재정 지출 삭감을 연계하려고 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 사상 초유의 디폴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재무부의 경고다.

다이먼 회장은 “디폴트가 발생하면 금융권에 파급돼 계약, 담보물, 청산소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객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여야는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해) 제발 협상해서 합의해 달라”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의 언급이 더 주목 받은 것은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CNN에 나와 “지출 삭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디폴트를 해야 한다”며 강경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인사들이 이번달 안에 합의를 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방증이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양당이 언젠가 어떻게든 합의를 할 것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공화당 내 상황을 보면 이전처럼 곧바로 ‘X-데이트’(6월 1일)에 합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2024회계연도인 오는 10월 1일까지는) 몇 달은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금융시장은 X-데이트가 가까워지면서 부채 협상에 대한 긴장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한 재무부 일반계정(TGA)의 잔액은 1977억달러(약 263조8000억원)다. 일주일 전 당시 2692억보다 큰 폭 감소했다. TGA는 부채 한도에 도달해 국채 발행이 어려워질 때 재무부가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미 초단기 국채금리 ‘역대급’ 폭등

이 때문에 당장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개월물 국채금리는 장중 5.818%까지 치솟았다. 2000년대 들어 볼 수 없던 ‘역대급’ 높은 레벨이다.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부채 한도 불확실성에 초단기 국채 투매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1개월물 혹은 2개월물은 X-데이트 근방에 만기가 돌아오는 특징이 있다. 국채시장이 부채 한도 협상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 대신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날 3.3450%까지 내렸다. 안전 자산 선호와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장기국채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는 의미다.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면서 초단기 채권 거래가 여의치 않아지면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이 유동성 경색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MMF 내 상당수 비중으로 초단기 국채가 포함돼 있는 탓이다. 이는 곧 시중은행 대출 축소 등 금융권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MMF에서 빠져나온 불안한 단기자금이 연방준비제도(Fed)가 수익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역(逆)환매조건부채권(RP·역레포) 시장으로 몰릴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서 역레포의 하루 거래 대금은 2조242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3월부터 급증 추세에 있다. 뉴욕 연은이 보유한 RP를 일시 매각하는 역레포 거래의 급증은 곧 연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세계 경제 전반이 이를 주시하는 기류다. 줄리 코잭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디폴트에 빠진다면 차입 비용 증가 가능성을 포함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간 회동은 오는 12일에서 약간 연기됐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간 연방정부 부채 한도 회동이 12일에서 다음주 초로 미뤄졌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무진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신호라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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