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늘 외롭고 고단한 연습 후, 무대에서 자유로워져” [인터뷰]

2023. 5. 12. 12: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16일ㆍ마포아트센터 솔로 리사이틀
바흐ㆍ이자이ㆍ밀슈타인 무반주곡 연주
“바흐와 이자이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두 사람에게 헌정하는 느낌의 공연”
클라라 주미 강이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곡으로 돌아온다. 주미 강은 이번 리사이틀은 “바흐와 이자이에게 헌정하는 느낌의 공연”이라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라라 주미 강의 음악은 매우 정교하고 균형감이 반짝인다. 아름다운 음색은 물론이고 섬세하고 솔직한 해석이 강렬하다.”( 쾰른 슈타트 안차이거 지)

클라라 주미 강(36)의 음악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오래전 시작된 걸음이 길고 높은 계단의 정상으로 가까워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주미 강의 아우라는 화려하고 여리지만, 그의 음악은 단단한 깊이로 채워져있다. 섬세하고 우아하며, 허례허식 없이 담백하다. 이번에도 그는 홀로 무대에 선다. 바이올린의 선율 외엔 그 어떤 소리도 허락하지 않는 무대다. 이 무대를 위해 주미 강은 오늘도 바이올린을 들었다.

“연습과정은 늘 외롭고 고단해요. 거의 느리게 연주하는 연습, 음정 연습의 무한 반복이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무대에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클라라 주미 강이 솔로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2021년 바흐 무반주 전곡을 들려줬던 그가 이번엔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곡으로 돌아왔다. 마포문화재단의 클래식 기획공연 ‘M 소나타 시리즈’(5월 16일, 마포아트센터)를 통해서다. 리사이틀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로 만난 주미 강은 “바흐와 이자이에게 헌정하는 느낌의 공연”이라고 말했다.

클라라 주미 강이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곡으로 돌아온다. 주미 강은 “바흐와 이자이는 내게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같은 존재다. 하루도 빠짐없이 무반주 곡으로 워밍업을 하고, 테크닉과 음악의 기본기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늘 함께했던 바흐와 이자이…“첫 만남은 다섯 살”

주미 강의 옆에는 언제나 바흐와 이자이가 있었다. 바흐의 무반주 작품을 처음 연주한 것은 다섯 살 때다. “파르티타 3번으로 시작했어요. 이자이의 무반주는 아홉 살 때 소나타 3번으로 처음 만났고요. 사실 어렸을 땐 어떤 느낌으로 연주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아요.” 이후 오래도록 주미 강의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바흐와 이자이를 연주하는 자신을 만나왔다. 모든 음악가들이 “바이올린의 성서”라 부르듯, 주미 강에게도 이들은 늘 함께였다.

“바흐와 이자이는 저에게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같은 존재예요. 하루도 빠짐없이 무반주 곡으로 워밍업을 하고, 테크닉과 음악의 기본기를 다지고 있어요.”

매일 만나는 두 작곡가의 음악이 무대로 오른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예사롭지 않다. 바이올린의 구약과 신약으로 불리는 두 음악가의 곡을 하루에 듣는다. 1부에선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소나타 1번, 파르티타 2번을 들려준다. 2부에선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5·6번, 주미 강의 “음악적 롤모델”인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슈타인이 작곡한 ‘파가니니아나’를 연주한다. 올해는 특히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가 작곡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새겨진다.

모든 곡마다 ‘선곡의 이유’가 담겼다. 주미 강은 “이자이의 여섯 개의 소나타는 모두 1923년에 작곡됐는데, 바흐로부터 영감을 받아 쓰였다”며 “연주회에선 이자이가 바흐의 작품으로부터 모티브를 딴 소나타 2번을 일부러 넣지 않고, 내가 느끼기에 오히려 바흐와 대비가 되는 곡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곡들이 바흐의 무반주 작품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바이올린 무반주 곡들의 완전한 순환(full circle)이 그려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의미로 결국 이번 솔로 리사이틀도 바흐에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어요.”

클라라 주미 강. [마포문화재단 제공]
연주자의 민낯 드러내는 무반주 무대…“자유롭고 행복하다”

무반주 곡을 연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반주 무대는 연주자의 민낯을 드러낸다. 오롯이 홀로 책임지는 무대라는 점에서 연주자는 숨을 곳이 없다. 게다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무대라는 점에서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는 도전이 따라온다. 주미 강은 “무반주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자유롭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이 크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무반주 곡을 연주할 때를 제외하고는 보통 누군가와 함께 연주해야 하는데요. 전 그런 점에서 항상 피아니스트가 부러웠어요. 독주회는 음악적으로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작곡가, 그의 음악을 온전히 혼자 그려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이올린을 잡은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주미 강은 자신에게 음악은 “삶이자, 사람들과 감정을 소통하는 수단”이라고 꾸준히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그에겐 빛나는 이력들이 따라다녔다.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처음 잡았고, 이듬해 최연소로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다섯 살에 함부르크 심포니와의 협연 무대로 데뷔했고, 일곱 살엔 전액 장학생으로 줄리어드 음악원에 입학했다. 일찌감치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한 뒤, 스스로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주미 강의 길이 흥미롭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크다. 지난해엔 영국 BBC 프롬스 무대에 데뷔했고,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인터무지카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는 “올해에도 여러 나라에서 기대되는 공연들도 많고, 여러 악단과의 데뷔를 앞두고 있다”며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음반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