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떠나는 수베로, 한국을 그래도 누구보다 사랑했다 '아들은 SON의 열혈팬'

김우종 기자 2023. 5. 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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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수베로(왼쪽) 감독과 그의 아들 카를로스 수베로 주니어.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해 카타르 현지서 한국-우루과이전을 직관하고 있다. /사진=수베로 감독 SNS
수베로 감독이 지난해 한국-우루과이전에 앞서 도열해 있는 양 팀 선수들을 촬영해 개인 SNS에 올렸다. /사진=수베로 감독 SNS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를 가장 먼저 가고 싶다. 그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공간이다." -수베로 감독 첫 입국 직후 인터뷰

2년 전인 2021년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아내, 그리고 자녀 둘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던 사나이. '실패할 자유(Freedom of fail)'와 '신념(Conviction)'을 가장 먼저 강조했던 카를로스 수베로(51·베네수엘라) 한화 이글스 감독. 비록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나게 됐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이방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화 이글스가 11일 수베로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한과 구단은 11일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구단의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이다. 지난 2021 시즌부터 팀을 이끈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계약은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오는 12일 인천 SSG 랜더스파크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부터 최원호 신임 감독이 팀을 이끌게 된다. 최원호 감독이 비운 퓨처스 감독 자리는 김성갑 잔류군 총괄 코치가 맡는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감독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KBO리그에 데뷔해 LG트윈스를 거쳐 2009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이후 LG 투수코치, 해설위원, 국가대표팀 기술위원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최원호 신임 감독은 지난 2019년 11월 한화 이글스의 퓨처스 감독으로 부임, 2020년 6월부터 감독대행으로 1군 선수단을 이끈 바 있다. 이후 2021년부터 다시 퓨처스 사령탑으로 복귀해 육성에 매진해 왔다. 한화 구단은 최 신임 감독에 대해 "퓨처스 육성 시스템을 재정비하며 기록한 2022 시즌 북부리그 우승 및 퓨처스리그 역대 최다 14연승 등이 그간의 업적으로 꼽힌다"고 했다.

계속해서 한화 이글스는 "4시즌째 구단에 몸담으며 선수단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점,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낸 지도력, 퓨처스 팀에서 보여준 이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춰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팀 운영 등을 높이 평가해 최원호 감독의 선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수베로 감독이 경질된 11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3년 만에 삼성을 상대로 거둔 위닝시리즈. 그러나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구단으로부터 경질 소식을 전달받았고, 정들었던 이글스 파크를 떠났다.

사실 한화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수베로 경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남은 1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택했고, 수베로 감독과 함께 올 시즌을 맞이했다. 그의 계약기간 3년 차 마지막 해였다. 다만 개막 초반부터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구단도 결정을 내렸다. 한화는 지난달 26일부터 5월 2일까지 6연패에 빠졌다. 여전히 실험적인 야구를 하는 수베로 감독의 운영 방식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수베로 감독은 당장 성적을 내고자 한화가 영입한 감독이 아니었다. 2018년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한화는 2019년 9위, 2020년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리빌딩 체제를 천명하면서 새롭게 함께한 감독이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전문가로 알려졌던 수베로 감독이었다.

첫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다. '노 피어(No fear)'를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종료 시점에 한화가 어떤 순위로 끝나는 것보다, 선수단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들로 과정을 평가하는 게 맞다.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가고자 하는 방향과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할 자유'와 '신념', 2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성공 혹은 실패라는 결과에 따라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지만 실패할 자유를 보장해주고 싶다. 실패해도 100% 최선을 다했을 때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리빌딩 과정을 돌아보면서 어려웠던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2~3타석에서 안타가 없는 타자는 교체되고, 3~4경기 등판해 못하면 2군에 가는 등 단기간 결과에 선수 가치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압박을 받으며 야구를 해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실패를 인생의 끝이라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한 문화에 익숙해진 선수들의 틀을 깨는 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느꼈던 결론이었다.

그래도 수베로 감독은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간이었다. 지난해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 현장을 찾아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을 직접 응원하기도 했다. 당시 개인 SNS를 통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자기 모습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그리고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시즌 종료 후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카타르에 들려 월드컵도 보고 한국을 응원했던 것. 사실 그의 아들이 손흥민(31·토트넘)의 광팬이었다. "나의 아들이 굉장한 손흥민의 팬이다. 그는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를 한다. 우리 가족 모두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인간적인 면모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수베로 감독. 많은 한국 야구팬들이 그를 기억할 것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2021년 1월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뉴스1
2021년 1월 수베로 감독이 가족들과 함께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범수를 안아주고 있는 수베로(오른쪽) 한화 감독.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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