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넉 달째 ‘경기 둔화’ 진단…“상저하고 전망 여전히 유효”
정부가 넉 달째 국내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 감소로 인한 제조업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발간하고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수출·설비 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2월 그린북에서 처음으로 ‘경기 둔화’를 처음으로 언급한 뒤 4개월째 경기 둔화 진단을 이어오고 있다.
수출 감소로 인한 제조업 부진이 한국 경기 화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2% 감소했다. 반도체·무선통신·디스플레이 등 IT제품 수출이 쪼그라든 탓이다. 7개월 연속 줄어든 수출액은 이번 달에도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5월 1∼10일 수출액은 144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29.4%에 달했다. 이 기간 무역적자 규모는 41억69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선방했던 고용 시장에도 제조업 부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4월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달에 견줘 10만명 넘게 감소했는데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취업자는 9만7000명 줄어 넉 달째 감소했다. 감소폭은 2020년 12월(11만명) 이후 28개월 만에 최대였다. 수출 부진이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행히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의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3월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소매 판매도 전월 대비 0.4% 늘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3.1포인트 상승한 95.1로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재부는 “4월 소매판매의 경우 소비자 심리지수 상승과 방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백화점 매출 감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와 통화 긴축에 따른 금융불안,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등 하방 위험이 교차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한국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약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좋아지는 것은 확실하고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도 개선될 것”이라며 “그 두 가지 요인들을 보면 상저하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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