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풍선 갈등’ 3개월만에 대화 물꼬…외교안보 수장 전격 회담

이종섭 기자 2023. 5. 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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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회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이끄는 미·중 양측 인사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외교·안보 수장간 회담을 통해 지난 2월 ‘풍선 갈등’ 이후 중단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 이후 6개월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소통이다.

미국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10~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틀에 걸친 회담에서 양자 관계의 핵심 이슈와 세계 및 지역 안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어 “이번 회동은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된 노력의 일환”이라며 “양측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약속을 토대로 이러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측이 중·미 관계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관계의 하락을 멈추고 안정시키기 위해 솔직하고 심층적이며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설리번 보좌관과 왕 위원의 회동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설명했고 양측이 아시아·태평양 정세와 우크라이나 등 공통 관심사인 국제·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측은 계속해서 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잘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2월 풍선 갈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최고위급 회담이다. 왕 위원이 실질적으로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맡은 이후 설리번 보좌관과 대면 만남을 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을 앞두고 지난 3월에 비공개 전화통화만 한 차례 했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발리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물체가 발견돼 방중 일정이 취소된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위원의 전격 회동으로 풍선 갈등 이후 3개월여만에 다시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두 사람이 이틀간 8시간에 걸쳐 대화했다”며 “이번 회담은 양측이 대화 필요성을 인정해 매우 빨리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선 갈등과 관련해 “불행한 사고로 관계에 정지가 발생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소통 채널 재구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재추진되거나 전화통화 등 양국 정상간 직접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백악관 당국자는 두 사람 사이에 이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대화 재개 움직임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잇따라 접촉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중국 상무부는 왕 부장이 번스 대사를 만나 “중·미 경제·무역 관계와 각자가 관심 갖는 경제·무역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가오링윈(高凌雲)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외교부장이 미 대사를 만난 지 며칠 만에 상무부장과 만남이 이뤄진 것은 양국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몇 가지 실용적인 것들에 관해 접촉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는 양국 관계에 좋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왕 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회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의회에 출석해 “중국과 소통선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지난 3월 취임한 리상푸(李尙福) 신임 중국 국방부장에게 서한을 전달해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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