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서 경영까지 적극적 역할 “삼립식품 반석에 올린 일등공신”

공동 창업주 김순일 여사 별세

지난 1976년 김순일(가운데) 여사가 삼립 직원들과 자재 검수를 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모친이자 삼립식품 창업주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의 부인 김순일 여사가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23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김 여사는 1942년 허 명예회장을 만나 결혼, 삼립식품의 뿌리인 제과점 상미당을 함께 운영했다. 김 여사는 창업은 물론, 이후 경영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사실상 공동 창업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창업 초기 허 명예회장은 제빵기술이 뛰어나 생산관리를 주로 담당했고, 김 여사는 직원 인사나 원재료 구매, 거래처와의 계약 등 주로 경영관리를 맡았다고 한다.

2003년 별세한 허 명예회장은 자서전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에서 “아내를 빼놓고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만큼 역할이 컸다”며 “출발부터 삼립식품을 확고부동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에는 항상 아내의 공과 덕이 따랐다”고 회고한 바 있다. 허 명예회장은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 기업의 재무 및 인사 등에 있어서 아내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고 언급하며 “아내는 내가 갖지 못한 경영관리 능력으로 회사를 육성해 왔으니 나에게는 행운이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인의 셋째 아들인 허 회장 역시 부모가 함께 일군 삼립식품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 부도가 나 법정관리 대상이 됐던 삼립식품을 2002년 파리크라상이 인수해 되찾아오며 “부모님의 업적으로 이룬 회사였기 때문에 항상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은 허 회장 등 6남 1녀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장지는 경기 이천시 선산이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