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쌀 산업 혁신할 ‘가루쌀’ 도전 막 올랐다

2023. 5. 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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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쌀은 주식(主食) 차원을 넘어 영양과 건강까지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솔 푸드(soul food)'다.

첫째, 일반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쉽게 가루를 만들 수 있어 면·빵·과자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 원료다.

셋째, 밀가루 제분 기계로도 가루쌀을 대량 제분할 수 있어 생산비 절감과 산업화가 가능하다.

신의 선물처럼 등장한 가루쌀이 식량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농업계는 물론, 식품 업계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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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국인에게 쌀은 주식(主食) 차원을 넘어 영양과 건강까지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솔 푸드(soul food)’다. 태어나서 쌀미음으로 첫 이유식을 시작하고, 아플 때는 죽으로 온기를 채우며, 삶의 마지막 즈음 미음으로 인생 식사를 마무리한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러나 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밥쌀 소비량은 56.7㎏으로,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오히려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9.8㎏으로 쌀소비량을 추월했다. 반면, 밀·콩 등 곡물의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져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바로 ‘가루쌀’이다. 가루쌀은 겉은 쌀인데 성질은 밀과 같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 탐색을 통해 개발한 수원542, 바로미2 등의 품종인데 정부가 가루쌀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일반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쉽게 가루를 만들 수 있어 면·빵·과자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 원료다. 특히 글루텐 프리(gluten-free)이기 때문에 건강상 이점도 있다. 참고로 세계 글루텐 프리 시장은 79억 달러(약 10조4366억 원)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씩 성장하고 있다.

둘째, 일반 벼농사와 같이 논에서 농업인이 쉽게 재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늦게 모내기하기 때문에 밀과의 이모작에도 유리하다.

셋째, 밀가루 제분 기계로도 가루쌀을 대량 제분할 수 있어 생산비 절감과 산업화가 가능하다.

정부는 가루쌀 생산-유통-소비 생태계를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2026년까지 밥쌀 재배면적 4만2000㏊를 가루쌀로 전환해 연간 수입 밀가루의 10%인 20만t을 대체할 계획이다. 그 첫걸음으로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해 안정적인 재배 기술과 유통체계를 갖추도록 컨설팅 교육 및 시설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가루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100㏊에서 올해 2000㏊로 20배 확대했고, 내년에는 1만㏊ 이상으로 늘릴 것이다.

또, 논에 일반 벼 대신 가루쌀을 재배하는 전문 생산단지의 모든 농업인에게 전략작물 직불금을 지급한다. 올해 도입한 전략작물 직불금은 쌀 대신 식량안보에 필요한 가루쌀·밀·콩 등 전략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법제화했다. 여기에, 정부가 생산된 가루쌀을 전량 매입해 농업인의 판로 걱정을 덜고, 식품업계의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루쌀 소비 기반 확대에도 매진하고 있다. 올해 15개 식품 기업이 가루쌀 제품을 개발하고, 지역 빵집 20곳에선 가루쌀을 활용한 새 메뉴 4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수 메뉴를 선정하기 위한 품평회 개최, 팝업스토어 운영, 가루쌀 빵지 순례 등을 추진해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여 갈 것이다. 또한, 가루쌀 원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저당 쌀가루 활용’과 ‘쌀의 노화 지연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도 병행한다. 식품업체는 각 과제에서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하고 제품화할 것이다.

가루쌀은 신생아와 같다. 소중한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모두에게 생소한 정책을 성공시키는 것은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과잉 구조의 우리 쌀 산업을 새롭게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신의 선물처럼 등장한 가루쌀이 식량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농업계는 물론, 식품 업계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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