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밀착한 중국, 위안화 국제 결제 급증

오현우 2023. 5. 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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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제재 대상국가에서 원자재 117조원 매입
러시아 원유는 603억달러 매입
남미와도 밀착하며 위안화 영토 확장
구매력 무기 삼아 달러 패권 노려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년간 중국 위안화 국제 결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러시아 원자재를 대량 수입하며 위안화 결제액이 급증해서다.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전환한 뒤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며 위안화의 거래 규모가 더 확장하고 있다. 

 中, 러시아와 손잡고 위안화 패권 확대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위안화 국제 결제 규모가 지난 1년간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주로 러시아 등 서방국가에 제재받는 국가에서 원자재를 수입할 때 지급했다. 중국이 이들 국가로부터 석유, 석탄 등을 매입하고 지불한 금액은 12개월간 약 880억달러(117조원)에 달했다.

중국이 구축한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 결제액도 지난해 96조 7000억위안(1경 8538조원)으로 불어났다.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산 원유를 매입한 금액이 반영됐다. 지난해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603억달러 상당의 원유를 매입했다. 이를 위안화로 결제한 것이다.

러시아가 위안화를 선택한 배경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지난 2월 개전 후 러시아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다.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도 국제 결제에 쓸 수 없었다.

서방 국가 바이어들은 러시아산 원자재 구매를 꺼렸다. 제재로 인한 처벌 때문이었다. 공백을 중국이 메워줬다. 지난해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원자재 규모는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 전략이었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며 경기 침체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헐값에 내놓은 러시아산 원자재를 쓸어 담으며 최소 수십억 달러를 절약한 셈이다. 

아시아 빈곤국도 중국과 손잡고 러시아산 원유를 매입하는 중이다. 파키스탄은 러시아 원유를 매입하는 데 위안화를 쓸 예정이다. 방글라데시는 러시아 기업이 짓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방침이다. 러시아를 매개로 위안화 블록을 형성한 것이다.

 남미 포섭한 위안화 

중국 당국은 러시아를 비롯해 남미와 밀착하며 위안화의 국제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볼리비아도 국제 교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쓸 방침이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10일 "남미의 가장 큰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이미 중국과 협정을 통해 위안화 결제를 도입했다"며 "이런 현상은 남미에 확산하고 있으며, 볼리비아도 동떨어져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국은 브라질과 수출입 결제, 금융 거래에 있어 위안화와 헤알화 등 자국 통화를 쓰기로 합의했다. 브라질 기업은 중국과 무역에서 달러 결제망인 SWIFT 대신 중국의 CIPS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르헨티나도 이달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대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지불한다. 

남미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도 중국의 위완화 블록에 동참했다. 중국 해양석유는 지난 3월 프랑스 토털에너지로부터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매입하며 위안화로 지불했다. LNG 국제 거래에서 처음으로 달러 대신 위안화가 쓰였다. 

 구매력 지렛대 삼아 위안화 확대

위안화가 세계 각국에 퍼져나가는 배경엔 중국 수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원자재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관측됐다. 2021년 철광석과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웃돌았다. 지난해 잇따른 봉쇄조치로 수요가 줄었지만 원자재 거래업계에선 올해 당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막대한 구매력을 지렛대 삼아 위안화를 퍼뜨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중국은 대외 거래에서 달러보다 위안화를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달러(47%)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다만 아직 위안화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SWIFT에 따르면 지난 3월 위안화의 글로벌 통화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달러(39.4%)와 유로화(35.8%)에 뒤를 이었다. 

그러나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러시아를 옥죄려 달러를 무기로 내세운 걸 세계 각국이 목격해서다. 달러에 대한 환위험을 덜기 위해 중국과도 손잡을 것이란 설명이다. 

치 로 BNP파리바홍콩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밀접하지 않은 국가들이 점점 '위안화 블록'에 합류하며 '눈덩이 효과(스노우볼 이펙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현상은 앞으로 30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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