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타운홀 미팅은 일방적 선전 무대"
기사내용 요약
공화당 청중 트럼프 말끝마다 폭소·환호로
사회자의 질문과 추궁 기회 가로막고
까다로운 문제엔 요리조리 회피하는 모습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처음 대통령 선거 출마 때 보인 모습과 전혀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금도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 방송이 주선한 뉴햄프셔 타운홀 미팅에서 보인 모습을 이같이 평가했다.
NYT는 또 트럼프가 자신을 내세우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측근들이 바라는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NYT가 정리한 타운홀 미팅의 5대 쟁점 요약이다.
2020년 대선 패배 부정 및 1월6일 폭동 관련 허위 주장 반복
사회자인 CNN 앵커 케이틀린 콜린스의 첫 질문은 2020년 대선 패배 거부와 선거 부정에 관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와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선거 패배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1월6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는 의회 선거인단 투표 진행 도중 의회를 공격해 체포된 “많은” 시위대들을 사면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타운 미팅에서 의회 폭동 당시의 트윗들 가운데 자신이 썼다는 트윗 목록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콜린스 사회자가 트럼프가 폭동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압박하자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다. 폭도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의회 폭동 문제를 선거 유세에 활용하려는 태도가 토론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공화당원 4명 등 사망자가 발생한 1월6일이 “멋진 날”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측근들도 트럼프가 2020년 대선 문제에 대해 장시간 발언한 것에 만족한다고 밝혀 이 사안이 후보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트럼프에 동조한 공화당원 청중들
트럼프가 아무리 저속하고 불경스럽고 정치적으로 허위 주장을 펴도 공화당원 청중들은 익살로 받아들였고 의회 폭동 가담자 “대부분”을 사면하겠다는 대목에선 박수를 쳤다.
진 캐롤의 성폭력 피해 주장에 대해 일일이 조롱하면서 그가 “드레스룸에서 벌인 문란한 성행위”를 포장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엊그제 뉴욕 배심원들이 성학대 및 명예훼손에 대해 500만 달러의 피해 보상을 하도록 평결한 일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캐롤을 “미친 사람”이라고 욕하자 박수와 웃음이 터졌다.
정부 부채 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했지만 “난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자 청중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언론, 민주당, 나아가 공화당의 재집권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공화당 기저 당원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자 콜린스는 상대편 진영에서 어웨이 게임을 벌이는 것처럼 진행하는데 애를 먹었고 트럼프와 청중들에 맞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트럼프가 “고약한 여편네(You’re a nasty person)”라고 했다. 2016 대선 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썼던 말이다.
이번 타운홀 미팅은 트럼프가 자신이 당선이 확실한 후보임을 강조한 무대로 여러 차례 자신을 “대통령 각하”라고 불렀으며, 지난 두 차례 대선 때처럼 자신을 이단아(ousider)로 부각시켰다.
공화, 민주 양 당 모두 "총선에 유리" 평가
트럼프는 1월6일 폭동을 “멋지다”고 했고 임신 중절 금지 대법원 판결이 “큰 승리”라고 자랑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하길 거부했다. 부자 유명인들이라면 여자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산가족을 양산해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국경 폐쇄 정책을 다시 실시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트럼프가 타운홀에서 한 발언들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민주당의 공격 거리가 될 것이다.
이날 밤 바이든 캠프에선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승리를 뒷받침했던 중도파 유권자들을 트럼프가 외면했음을 강조하는 디지털 광고를 준비했다.
타운홀 미팅이 끝난 직후 바이든은 정치자금 모금 트윗에서 “이런 4년이 더 있기를 바라는가?”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캠프 전략의 한 단면이 드러난 대목이다.
임신중절 문제 입장 표명 거부
“임신 중절 금지 판결을 뒤집으면 생명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자랑스러운 업적”이자 “큰 승리”라고 뒤집었다. 민주당이 광고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연방 차원의 임신 중절 금지법에 서명하겠느냐는 질문엔 민주당이 너무 급진적이라며 강간, 근친상간, 산모 생명 위험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할 것이라고 강조해 직답을 피한 채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방안을 협상하겠다”고 했다.
사회자가 다시 답해 달라고 요청하자 마지막까지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마라라고 비밀문서 수사 언급으로 자충수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자충수를 뒀다. “대통령인 내가 가져간 것으로 비밀이 해제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비밀 해제 권한이 있으며 비밀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백악관 외부에 문서 상자들을 쌓아 두었고 사람들이 사진도 찍었다”면서 사람들이 대통령 물건과 비밀 문서가 들어있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몰랐다.)
잭 스미스 특검이 주목할 내용은 트럼프가 민감 정보가 담긴 지도 등 비밀문서를 사람들에게 보여줬음을 부정하지 않은 대목이다. “난 그럴 권리가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했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에 필요한 표를 “찾으려”한다고 말했지 “찾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자신과 측근들이 가장 걱정하는 사안이 비밀 문서 문제임이 트럼프의 표정과 발언에서 드러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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