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희 장난감이 아냐" 초등생 비극…일본서 이런 보험까지 나왔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회사인 도쿄해상일동화재가 오는 10월 이지메 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사이버불링 등 학교폭력을 당한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해주는 '이지메(괴롭힘) 보험'이 나온다고 해 화제다.

12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손해보험회사인 도쿄해상일동화재가 오는 10월 이지메 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트러블대책비용 보상 특약이라고 불리는 이 보험은 가입자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됐을 경우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서비스를 보장한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나 심리상담비, 전학 후 새 교복비와 교재비 등을 1회당 최대 20만엔(약 198만원)까지 보상한다. 전화로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만 보상받으려면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이나 학교와의 상담 내역처럼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또 학교가 해당 보험사의 교육 관련 단체 보험을 계약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특약 형태로만 가입할 수 있다. 특약에 개인이 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월 120엔(약 1200원)꼴이라고 한다.

앞서 일본의 한 보험사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판매했는데, 개시 첫해와 비교해 올해 가입자가 7.3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해상은 해당 상품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원래 이지메 피해를 받은 경우 피해자가 배상 청구를 하는 데 드는 법률 상담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은 판매하고 있었다"라며 "피해자의 정신 케어나 재발 방지로 이어지는 보상은 없었기 때문에 특약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가입 시 조건도 눈에 띈다. 질병 보험의 경우 발병 이후 가입하지 못하도록 가입 후 일정 기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면책 기간을 제공한다. 이지메 보험에 가입할 때도 학폭을 당하고 있는지 고지할 의무는 없으나 가입 직후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학교 상담 기록 등 시점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2021년 도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나는 너희의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가해자들은 학교에서 학습용으로 준 태블릿PC를 이용해 피해 학생에게 "죽어버려" 같은 욕설 문자를 계속 보냈다고 알려졌다.

문부과학성의 2021년 '문제 행동·등교 거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했다고 인지된 괴롭힘 건수가 61만건을 넘어서면서 10년 전보다 8배 증가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