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안할 것 세계가 아는데...한국 핵 보유 열망 막기 쉽겠나”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5. 12. 1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럽 유일 ‘한국학 석좌’ 파체코 파르도 교수 인터뷰
“북핵 위협 계속 고조...한국 핵무장 여론 안 사라질 것”

“전 세계는 북한이 결코 비핵화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북핵 위협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개발의 길을 나서도 미국 등 국가들이 (전면) 제재에 나서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9일(현지 시각) 방미해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이 점점 더 핵무장을 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고, 이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유럽 내 유일의 한국학 석좌교수인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이날 미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등 역내 안보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전세계 관료들 및 전문가들과 논의하면 할수록 한국의 핵무장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 정치무대에서 무게를 키우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과 호주, 캐나다 등과 외교·정치적으로 더 가까워 지고 있는 상황인만큼 한국이 핵개발을 나서더라도 국제 사회가 (전면적)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나서기는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 배치 및 사용 계획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약속을 맺지 않는 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한국인들의 열망을 막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물론 미국의 공식 입장은 ‘우리는 한국이 핵무기를 갖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과거 인도·이스라엘의 핵무장도 용인한 것처럼, 한미간 밀접한 관계는 한국이 이 길(핵무장)을 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우리는 이 특정 기술을 한국에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약간의 ‘외관상 제재(cosmetic sanctions)’를 가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한국이 실제 핵개발에 나설 경우) 벌어지는 일은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왜 한국이 ‘핵무장’을 해도 국제 사회가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북한 핵 프로그램이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전 세계는 북한이 결코 비핵화하지 않을 것을 안다.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북핵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그 위협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또 미국을 필두로 한 국가들(자유 진영)과 북·중·러와의 분열이 커지고 있다. 10~15년전만 해도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미국과 중·러 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합의해 한국에 전면 제재를 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러가 대화하지 않는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더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과 미·호주·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지도자가 ‘한국은 북한의 직접적인 핵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 제재를 가할 것이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국제 사회에서 북한 문제는 점점 뒷전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질수록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다. 또 미국의 최우선순위는 중국이다. 이란의 핵 개발 문제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보면 ‘북한 문제’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부록’ 정도로 되고 있다.”

◇“한미, 향후 실제 핵공유 논의 진행할 것”

-그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은 더욱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 아닌가.

“결국 미국이 나토(NATO)와 맺은 것과 같은 핵 공유 협정 등 한국과 더 ‘실질적인’ 핵 협정을 맺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토의 경우처럼 실제로 한국이 핵무기 사용 계획에 관여하고, 잠재적으로 핵무기 배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한국인들의 열망을 막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미간 합의된 ‘워싱턴 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핵무장 여론을 누그러 뜨릴 수 있을까.

“이번 합의의 내용은 매우 명확하다. 한·미간 미국의 핵 사용에 대해 ‘협의’를 해본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밟은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선 60~70%의 사람들이 핵무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이번 협의는 미국의 핵 무기 사용에 대해 한국이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추후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보면서 한국인들의 여론이 어떻게 바뀌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근 게재한 칼럼에서 ‘이스라엘이 핵무장을 했던 선례를 따르면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고 싶다면, (그들의 핵이) 미국에 도달하는 지, 실제로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시험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말 그대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핵 실험을 하지 않고도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은 기존의 미사일 시스템을 통해 평양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매우 유사하다. 이스라엘은 갈등을 빚었던 모든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맞닿아있었다. 핵 도달 능력을 보이기 위해 별도의 실험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인 핵실험을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핵 개발 나서도 국제 사회 ‘외관상 제재’에 그칠 것”

-이번 방미에서 미 관료들과 만난 것으로 안다. 미국은 한국의 핵 무장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한·미·일 3국이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우리는 한국이 핵무기를 갖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과거 인도도 그랬고, 과거 이스라엘도 그랬던 것처럼, 한국과의 밀접한 관계는 한국이 핵무장의 길을 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은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이것은 옳지 않다’며 외관상 제재(cosmetic sanctions)를 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첨단 기술을 한국에 이전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 말이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조만간 시행할까?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미국의 계산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항상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핵 실험은 큰 반응을 이끌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은 당연히 더 많은 제재를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중국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곧 한국의 외교 정책 방향을 정리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노태우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수많은 고위 관리들을 인터뷰했고, 2300개가 넘는 대통령 연설문을 읽었다. 결론 내린 것은 한국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외교·안보 정책의 세부 사항이 어느 정도 바뀌는 것은 맞지만, 큰 ‘핵심 목표’는 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좌·우 어떤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이제 중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여긴다고 말하는 세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 문제, 일본과의 관계, 미국과의 동맹 등 전통적인 관계를 넘어 전 세계를 향하고 있다. 유럽, 캐나다, 호주, 동남아 등 다른 나라들과의 정치적 관계를 더 넓히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 사람들이 점점 더 공감하고 있다. ‘한국은 외교 정책의 큰 변화가 없는 나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