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 전력·가스 공급 장기화…한전 올 8.7조 적자 전망
한전에너지공대 출연금도 대폭 축소 검토
가스공사 미수금 11조원대로 증가 예상
당정, 2분기 전기요금 kWh당 7원 인상 검토
원가보다 싼 전력·가스 공급이 장기화하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2분기 요금 인상에 앞서 ‘40조원+α’ 규모의 초고강도 재정건전화계획을 내놨지만 올해 적자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전은 원가가 반영된 요금 인상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8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5조8000억원과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되면서 1분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4분기의 10조7670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5조원대에 이른다.
이처럼 큰 규모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것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파는 구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서 지난해 한전의 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은 역대 분기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원가와 판매가격 역전 현상은 계속됐다. 지난 1∼2월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kWh당 각각 165.6원, 149.7원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등에 미칠 영향,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3월 말까지 결정했어야 할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미룬 상태다.
하지만 회사채시장 왜곡, 전력망 투자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주요 자산 매각, 간부 임금 인상분 반납, 조직 축소 등 국민이 납득할 자구 노력을 전제로 더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2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7원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상이 단행되면 한전의 연간 손실은 증권가의 전망치보다는 다소 축소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kWh당 7원 오르면 한전이 올 하반기에 2조원가량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소폭 인상으로는 한전이 부채 축소 등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459.1%에 달했다. 현재 한전은 회사채(한전채) 발행으로 버티고 있다. 한전의 4월 기준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1530억원이다.
앞서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이미 오른 것을 빼고도 올해 안에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한 달 이상 미뤄진 상황에서 3분기와 4분기에 잇달아 전기요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5월에 단행될 2분기분 인상이 사실상 올해 마지막 전기요금 인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월에 올리고 (3분기 요금을) 한 달 뒤인 6월 말에 또 인상하는 것은 당과 정부에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하반기 한전의 재무 상황과 국제유가 흐름 등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돼온 한전에너지공과대학에 대한 출연(올해 1588억 원 예정)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올해 1분기(1∼3월) 미수금도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원 늘었다. 가스공사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해당 분기 매출은 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었다. 영업이익은 58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3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1.1%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건 미수금 증가로 단기 차입금이 늘었고, 이에 따라 가스공사가 내야 하는 이자비용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23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발전연료 매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높아 입는 손실금)은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8조6000억원보다 3조원이나 늘었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입대금보다 판매대금이 낮은 데 따른 손실금을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한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39원 인상해야 한다고 올해 초 국회에 보고했다. 서울 주택용 가스요금은 MJ당 19.69원으로, 39원 인상되면 현재 대비 약 3배 오르는 셈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가스공사는 앞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 이행에 총력을 기울여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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