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2호 정책’ 폐지…중·남미 이민자 수만명 국경서 대기
불법입국 적발 벌써 2.8만명 사상최대…수용인원 초과
美정부, 불법입국 하루 1.3만명 이상 예상…감시 강화
美하원, 국경보안강화법 가결…국경장벽 건설 등 담겨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의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제도가 11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종료됨에 따라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에 대거 몰려들고 있다.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구금된 이민자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최근 며칠 동안 2만 8000명의 불법 이민자를 구금시설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명시된 수용 인원을 크게 초과하는 인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NYT는 자체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 이틀 동안 하루 1만 1000명 이상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으며, 구금시설의 수용인원은 1만명이라고 전했다. 국경경비대 요원 노조 위원장인 브랜든 저드는 로이터에 “불법이민자들을 (구금시설에) 전부 수용할 수 없어 일부 이민자들은 풀어주고 있다”면서 “요원들은 풀어준 이민자들에게 망명 신청을 위해 이민 법원에 출두하라는 통지 대신 나중에 이민국에 보고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오전 0시를 기해 ‘42호 정책’이 폐지됨에 따라 중·남미 이민자가 미국-멕시코 대거 몰려든 영향이다. 42호 정책은 법적 절차 없이 이민자를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2020년 3월 도입됐으며,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폐지되도록 설계됐다. 42호 정책이 폐지되면 불법 이민자도 망명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는 동안엔 미국에 머물 수 있다. 이에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엔 수만명의 이민자가 미 입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42호 정책 종료 후엔 기존 ‘8호 정책’이 시행된다. 망명을 위한 온라인 입국 신청, 후원자 확보 등 신원확인 절차가 더욱 엄격해지기 때문에 이민자 처리 시간이 1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입국 신청은 미 국경경비대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하루 최대 1000명으로 제한된다. 미 정부는 또 정치·경제 상황이 혼란한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의 이민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 달에 최대 3만명까지 입국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미국 내 재정적 후원자를 확보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앱을 통한 합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가 하루 1만 3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미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입국을 시도한 경우 미성년자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성인은 미국에서 대기하며 다음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일반 성인은 구금 후 추방된다. 42호 정책 때는 추방되더라도 여러 차례 재입국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8호 정책에 따르면 최소 5년 간 재입국이 금지되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미 정부는 예상치 못한 소요 사태 등에 대비해 국경지대에 주(州)방위군 등 2500명과 육군·해병대 병력 1500명을 파견한 상태다. 불법 입국에 대한 감시가 강화됨에 따라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 국경이 개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법을 위반하거나 법적 근거 없이 국경을 통과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즉시 추방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하원은 이날 미국 남서쪽 멕시코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엔 망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민자가 미국 땅이 아닌 멕시코에서 대기토록 하고,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장벽 건설을 재개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전원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해 법안이 통과됐다. 상원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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