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닌 ‘김기현의 국힘’…이번엔 성공할까 [이런정치]
김기현, 최고위원 구설수 논란 이후 대표실 이전·언론 접촉 최소화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오는 2024년 총선 공천준비에 돌입하면서 김기현 대표의 ‘대표’로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 지난 4월부터 언론과 직접 접촉을 피하고 당대표실을 이전하는 등 다방면으로 ‘무게감’ 키우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취임 초반 당 장악력 확보에 실패한 김 대표가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월 말 당무감사를 앞두고 있다. 당무감사는 253개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감사로, ▷당원 증감 현황 ▷당협사무실 운영현황 ▷지역인사 평판 등을 조사한다.
당무감사는 ‘공천 전초전’이라 불린다. 위원회가 당무감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문제 있는 당협위원장을 직에서 박탈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꾸려 새 당협위원장을 선정하는데,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하게 여겨진다.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의원 평가’와 다름없다”며 “1개 당협 당 감사 기간이 길어야 하루인데 지방의 경우 지역구가 넓기 때문에 만나야 할 지역 인사가 한정되어 있고 별 일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22대 총선처럼 ‘공천 물갈이’가 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을 새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일찌감치 기강 잡기에 나섰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이성호 전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했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김기현의 사람’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그립’을 세게 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다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이 새로 임명됐으니 당무감사를 미룰 이유는 없다”며 “6월 말부터 당무감사를 시작하면 8월 쯤 끝날 것이고, 올해 말엔 ‘공천모드’에 돌입해야 차질없이 준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수도권 민심을 얻어 ‘여소야대’ 정국을 벗어나야 하는 국민의힘이 공천 시기를 앞당길 것이고, 사고당협위원장을 선출하지 않고 바로 공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까진 ‘절차는 절차’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판사’ 출신이라 규정은 다 지키는 모범생 스타일”이라며 “김 대표가 당 중심을 잡고 있는데 굳이 공천관리위원회 등 총선 관련 기구를 먼저 출범시킬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김 대표의 ‘단일 리더십’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의 국민의힘’ 만들기 노력은 취임 직후부터 이뤄졌다. 다만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로 번번이 가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민생 행보다. 김 대표는 정책위원장 경력을 살려 ‘김기현표 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당대표 후보 시절부터 공언했고 ‘민생특별위원회(민생119)’를 출범시켰지만,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발언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김재원 최고위원, 태 의원의 발언 논란까지 더해지자 김 대표는 당대표실을 이전하고 언론 노출을 줄였다. 기존 당대표실은 본청 2층 정문 입구 쪽에 자리하고 있어 김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장으로 가기 위해선 큰 복도를 하나 지나야 했다. 최고위 회의 후 당대표실로 향하는 김 대표를 향해 기자들이 질문하는 장면이 연출됐던 이유다. 하지만 새로 바뀐 당대표실은 직원들이 일하는 입구부터 당대표회의실까지 내부적으로 이어진 구조다. 김 대표는 당대표실 이전 후 최고위 회의 후 ‘뒷문’으로 사라지는 방법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당대표실에서 회의장까지 최고위원들과 다같이 걸어오는 모습이 ‘조폭’ 같아 보인다는 의견을 반영해 그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도부 관계자는 “당에 최근 악재만 일어나면서 김 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기자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대표도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바뀐 대표실에서는 최고위회의장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하지 않냐, 더불어민주당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변인에게 당 입장 표명을 넘기고 대표가 모든 당무에 일일이 답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실제 민주당도 대표실과 최고위회의장이 붙어있어, 이재명 대표도 복도를 통하지 않고 이동한다. 이 대표는 취임 후부터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즉답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왔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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