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한전 25.7조 자구안…"여의도 건물 팔고 임금 반납"(종합)
한전아트센터 등 전국 10개 사옥 외부임대 확대…전력시설 투자 1조3천억 늦춰
234개 지역사무소 축소조정 '비용 절감'…"재무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
한전공대 출연금 축소 추후 협의…정승일 사장 사의표명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장기간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해 190조원대의 부채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영 위기에 처한 한국전력이 25조원대의 자구안을 12일 내놓았다.
내주 초 단행될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이뤄진 것으로,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 등 부동산 자산 매각,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추진 등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25조7천억원 규모의 재무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은 이날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정승일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재정건전화 계획에 담긴 20조1천억원보다 규모가 5조6천억원(한전 3조9천억원, 계열사 1조7천억원) 더 커졌다.
지난 2021∼2022년 한전의 누적 적자가 38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한전이 먼저 고강도 자구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전은 서울 요지 '알짜 부동산'으로 합산 가치가 조단위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매각 추진을 자구안에 새로 담았다.
지상 9층짜리 건물 지하에는 변전 시설이 있어 그간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여당의 실효성 있는 추가 자구안 마련 압박에 한전은 변전 시설을 뺀 상층부 매각 방안을 추진한다.
한전은 지방자치단체의 지구단위 계획과 연계한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 방식과 관련해 제안 공모를 받는 등 최대한 제값을 받고 이 건물을 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3개층 등 전국 10개 사옥의 외부 임대를 추진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임직원 임금 동결을 통한 고통 분담도 새 자구안에 담겼다.
한전 및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10개 자회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 4천436명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차장급) 4천30명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한다. 반납된 돈은 취약 계층 지원에 활용된다.
오는 6월 경영평가 결과를 통해 성과급이 나오더라도 1급 이상은 전액 반납하고, 2급은 50% 반납한다.
2만3천명에 달하는 전체 한전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분을 반납하는 방안이 추가로 추진된다. 이와 관련해 한전 사측은 이날 노조에 동참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아울러 전국 18개 지역본부 산하 234개 지역사무소를 주요 거점 도시 중심으로 조정하고, 지역 단위 통합 업무센터를 운영하는 등 조직을 축소 운용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도 새 자구안에 포함됐다.
한전은 업무추진비와 인건비 등 일상적 경상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2026년까지 1조2천억원을 덜 쓴다는 계획이다.
전력 설비 투자 건설 시기를 일부 뒤로 미룬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전은 안정적 전력 공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송전망, 변전소 등 전력 설비 건설 시기와 규모를 미룰 방침이다. 이로써 2026년까지 1조3천억원을 덜 쓸 계획이다.
또 한전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전기 구입비 산정 기준을 조정해 2026년까지 전력 구입비를 2조8천억원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매 전기요금 조정을 통해 한전의 기존 부담을 일부 공공 및 민간 발전사로 넘기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전은 "강력한 혁신 의지로 자구 노력 이행 및 재무 위기의 조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다짐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초유의 경영 위기를 조기에 타개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고강도 자구 노력 대책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한전의 한전공대 출연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한전은 이번 자구안에 출연금 축소 등은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관련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승일 사장은 이날 자구안 발표에 앞서 열린 임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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