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직원 TSMC 7만명 vs 삼성 2만명...이게 한국 현실

2023. 5. 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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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석·박사 인력만 3.5만명
평균 35.7세 역동적 ‘젊은조직’
반도체학과 대신 의대 가는 한국
석박사급 인재 한해 150명 수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의 지난해 직원수가 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 절반이 석·박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순수 파운드리 인력만 놓고 볼 때, TSMC의 석·박사 수는 삼성 임직원 수를 뛰어넘는다.

석·박사 고급 인력을 대거 확보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는 TSMC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급 인재 양성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 우수 인력들이 의대로 쏠리면서 고급 연구자들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TSMC의 2022년 연간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7만3090명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이보다 소폭 증가한 7만3319명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말 TSMC의 임직원 수는 6만5152명이었으나, 1년만에 7938명이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 중 석박사 비중은 꾸준히 5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임직원 7만3090명 중 석사가 47.2%, 박사는 3.8%이었다. 전체 직원의 51%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것이다. 석·박사 수만 약 3만7200명이다. 2021년에도 TSMC에 근무하는 석사는 47.3%, 박사는 4.1% 비중이었다.

임직원의 연령대도 젊다. 지난해 기준 TSMC의 평균 연령은 35.7세로 집계됐다. 그만큼 조직이 ‘젊은 피’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역동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메모리 사업을 선도하는 삼성과 비교할 때, TSMC의 인력 확장 속도는 매우 빠르고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총 임직원 수는 7만1000여명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선 이 중 파운드리 인력이 2만~2만5000명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SMC의 인력에 비하면 삼성의 파운드리 인력은 3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다.

삼성 등 국내 파운드리 산업의 인력 육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파운드리 공장 투자와 기술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력 확보에 우선 열을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말 열린 ‘미국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에서 “TSMC가 삼성 파운드리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3배 가량 높은데 그 정도 차이만큼 인력 수에도 차이가 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TSMC의 시장 지배력을 뺏어오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인력 확보가 삼성에게도 절실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15.8%, 58.5%로 42.7%포인트 차이가 난다.

특히 전체 임직원의 50%에 이르는 TSMC의 석·박사 인력 확보는 무서울 정도라는 평가다. 이에 반해 국내 반도체 고급 연구 인력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에 따르면 전국 반도체 연구 교수는 400∼500명에 불과하며, 서울대 공대만 따져도 교수 약 330명 중에 반도체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교수는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매년 1600명 규모(2020년 기준)의 인력 공급이 필요하지만 대학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전공자는 650명에 불과하고 석·박사급 인재는 150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시 석·박사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탠다고는 하지만 향후 10년간 관련 인력 확보는 1만명에도 채 못 미칠 것이란 평가다.

국내 교육의 ‘의대 쏠림’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실제 2023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 등 4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등록 포기율은 모집인원 대비 155.3%인 것으로 집계됐다. 합격자가 모두 등록을 포기하고 추가로 절반이 더 등록을 안 했다는 뜻이다. 교육계에서는 이 인원이 의대를 중심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말 교육부 관계자는 2024학년도 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의대를 제외한 학과로 우수한 인재가 갈 수 있는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이를 다룰 석·박사급 핵심인력이 필요한데, 석·박사를 지도할 교수가 부족해 반도체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며 “과거부터 반도체 관련 연구비 등 지원이 제대로 안 돼 많은 교수가 다른 연구 분야로 발길을 돌렸고,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 고급 인력을 키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석·박사는 3만명 수준이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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